ADVERTISEMENT

여당은 「민주화」안 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민우구상」이 발표되었을때 『불은 집권당폭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평자들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민주화가 선행되면 권력구조에만 사생결단하고 매달리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것이 이총재 구상을 뒷받침하는 공감대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확실히 지금 신민당의 집안사정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총재와 두 김씨간의 이견이 타협이냐, 투쟁이냐를 둘러싼 노선대립의 선을 넘은 당권경쟁의 차원인지, 아니면「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어떤 경우이든 개헌정국을 이끌어 갈 당지도권 다툼이란 성격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는것 같다.
이민우구상이 나오자 민정당이 재빨리 화답을 보내고 수일안에 열릴 3당대표회담에서 민주화7개항에 대한 구체안을 제시키로 한 것은 물론 야당내 타협파에 대한 엄호사격이란 인상이 짙다. 뿐더러 설혹 민정당이 적극적인 수용자세를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실현될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도 외면할 수는 없다.
사실 7개항은 서로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고 하나하나 떼놓고 보아도 어디까지 수용해야 야당이 납득하고 국민이 승복할 것이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민정당이 이에 대한 실천의지를 표방하고 나선 것은 어떻든 반가운 일이다.
어차피 민주화 7개항은 앞으로 이나라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이나 언론자유의 확보는 말할 것도 없고 선거의 공명과 공정을 기하기 위해 선거제도와 선거법도 마땅히 고쳐야 한다.
지방자치제실시, 정당정치의 활성화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또한 반드시 이룩해야할 정치적 과제다.
민주화를 하겠다는 마당에 민주화를 외치다 구속된 사람들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역시 너무도 당연한 요청이다.
사면, 복권이 현실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민주화란 대의에 비추어서는 물론개헌이 정국의 참다운 안정을 기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점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단행되지 않으면 안될 과제인것 또한 분명하다.
우리는 그런 뜻에서 민정당의 7개항에 대한 수용자세가 야당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앞장서서 실천에 옮겨야할 과제로 인식해주길 당부하고자 한다.
단순히 당리당략이란 측면만을 보면 작금의 신민당내 갈등은 집권한 쪽에 유리한 호재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신민당의 내부갈등이 반드시 여당에 반사적인 이득만을 안겨준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는 것은 누구보다 민정당안의 양식있는 인사는 모두 아는 일일 것이다.
야당이 제구실을 해야 여당도 강력해진다는 원칙론은 차치하고라도 현실적으로 야당이 내부문제로 갈피를 못잡은 형편에서 여당혼자 정치무대를 주름잡는다는 것은 우선 이치에도 안닿고 모양도 안좋다.
다행히 신민당의 당론이 타협쪽으로 굳어진다 해도 앞으로의 헙상과정이 순탄하리라고 볼 징후는 없다.
민정당이 7개항중 국회의원선거법과 지방자치제를 제외한 나머지 5개항은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신민당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시사한 것은 타협의 가능성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대목이지만 거기까지의 과정 못지않게 그 다음의 여야 견해차이와 야당내 각계파의 이해조정등 숱한 불확실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신민당의 내부갈등이 어떻게 수습되건 정국을 풀어야 할 보다 큰 책임은 집권한 목에 돌아간 것은 분명해졌다. 우리는『3당 대표회담에서 국민에 섭섭하지 많은 방안을 내놓겠다』는 노태우대표의 약속에 기대를 걸면서 지금은 타협할때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