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모점수」도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 과목이라도 망치면 등급이 내려갈 수 있거든요. 상대적으로 등급이 매겨져 어떤 때는 교실이마치 살벌한 전쟁터같은 느낌이들기도 합니다』 K교사의 말.
한번 정해지면 일생동안 몇등급으로 낙인 찍혀 따라다니는 내신. 그래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때면고교교실은 입시 이상으로 긴장한다. 「부모점수」 「내신과외」 후 시험지 유출사건」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
서울의 사립S대강사 C씨(42)는 어느날 오후 막내 U군의 담임여교사 L씨(24)의 전화를 받고 뜻밖의 내용에 깜짝 놀랐다. U군이 국민학교에 입학한지 한달이 채못된 지난3월말이었다.
『U가 잘 놀다가 첫시간수업이시작되기만하면 배가 아프다며 고통을 참지못해 매일 수업이 모두끝날 때까지 양호실 신세입니다.』
C씨로서는 금시초문이었다.
『잘 알겠습니다. 한번 찾아뵙지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통화를 끝낸 C씨는 U군을 찾았다. 골목에서 동네꼬마들과 어울려 정신없이 뛰놀고 있었다. 저런 애가 복통을 앓고 있었다니-.
『너 배가 아프다면서.』
『아니. 안아파.』
『배가 아파서 매일 양호실에 가는데됴.』
『선생님이 그래?』
『전화왔었어』
『에이. 선생님은 나빠.』
『왜.』
『학교만 가면 받아쓰기야.』
『받아쓰기라니.』
『선생님 말을 받아쓰는거지 뭐야』
C씨는 아찔했다. 문자지도를 전혀 않은채 입학시켰던 것이다.
『너 꾀병했구나』
『아니야. 진짜 아팠어.』
『매일.』
『그래.』
저녁에 부인이 직장에서 돌아온뒤 C씨는 아들문제를 의논했다. 아침 저녁으로 가·나·다·라…를 번갈아 가르치기로 했다.
C씨가 10여년께 살고있는 집은 서울강북 변두리지역. 동네에는 유치원도 없었지만 입학하기전부터 문자지도를 하면 학교에가서 오히려 수업에 흥미를 잃고 태만해질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피해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