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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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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토끼는 「이솝」덕에 명사가 되었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하는 얘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솝」은 기로에 6세기 사람. 그때는 토끼가 아직 유명해지지 않았을 무렵이다.
동물학자들은 집토끼가 생긴 연대를 11∼12세기로 설명한다. 지중해연안의 수도원에서 토끼를 길렀다는 기록이 있는가하면, 유럽의 영주들이 사냥을 목걱으로 토끼를 사육했다고도 한다.
우연이겠지만 같은 무렵에 쓰여진 우리나라 『삼국사기』에도 토끼가 나온다. 역시 거북과 짝이 지어진 『구토지설』(귀토지세) .
동해 용왕의 딸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데 토끼의 간이 영약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거북을 시켜 육지로 기어올라가 토끼를 유혹케한다. 바다 가운데 있는 낙원으로 안내한다는 꾐이었다. 거북의 등에 업혀 용궁으로 간 토끼는 뒤늦게 뭔가 수상쩍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아차! 간을 빼놓고 왔습니다. 평소 그것을 깨끗이 씻어서 다시집어넣곤 했는데 그만 시냇가 바위 위에 널어놓아둔채 왔읍니다』거북은 그를 업고 다시 육지로 나와야 했다.
우화치고는 「이솝」보다 훨씬 교훈적이다. 허황되게 낙원을 꿈꾸는 토끼나, 토끼의 목숨쯤은 우습게 여긴 용왕의 오만이 낭패하고만다.
토끼가 전세계에 흩어지게된 것은 포르투갈 무역상인들에 의해서였다. 섬지방에 식량을 공급하는데 폭적이 있었다.
토끼는 우선, 번식력이 강하다. 생후 8개월이면 번식 적령기가 된다. 년 3회, 때로는 8회까지도 번식한다.
자연배난이 없는 동물이라는 것도 특이하다. 어떤 자극을 받고나서 10시간쯤 지나야 배란이 된다. 전기자극에 의한 배란이 가능한 것도 그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흰 토끼를 서조로 친다. 『백토수간년』(구박자)이라는 말도 있다.
진시황의 신하 몽염이라는 사람이 초나라 정벌을 앞두고 꿈을 꾸었다. 불가사의한 짐승을 잡게되는데 그 털을 뽐아 문자를 써서 후세에 길이 남긴다는 얘기였다. 그 짐승이 바로 토끼다. 토끼는 모필의 유래와도 관련이 있다.
서양사람들은 「토끼다리」라는 속담이 있다. 영어로는 래비트 푸트(rabbit foot), 독어로는 데르 하젠푸츠(der Hasenfuss)라고 한다. 그런 글귀를 행운의 부적처렴 써가지고 다닌다.
짐작이 간다. 토끼다리처럼 날래게 뛰어다녀야 행운을 잡을수 있다는 뜻이리라.
새해, 토끼의 덕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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