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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인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7일 『우먼 오브 더 이어』란 표제 밑에 오른손으로 자신의 턱을 만지고 있는 안경을 쓴 「코리」의 귀여운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코라손·아키노」필리핀 대통령이 타임지의 86년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이다.
이것으로 타임이 여성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것은 지난 60년 동안 꼭 세번이 됐다.
타임은 그녀를 뽑으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필리핀의 민주혁명을 이끌며 결의와 용기로써 지난 12개월 동안 가장 큰 영향력을 지켰다』고 평했다.
타임이 그녀의 「결의와 용기」를 칭찬한 것은 인상적이다.
바로 6개월전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 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그녀의 집권 1백일을 결산하면서 『상어들과 수영하고 있는 작은 여인』이란 제목을 붙였었다. 「마음은 착하지만 통치력이 없는 인물」이란 평가는 보편적이었다.
우선 그녀가 여성이며, 거기에 그녀의 얼굴에서 풍기는 나약한 인상이 그런 걱정을 하게했다.
심지어 필리핀 작가 「프랭키·시오닐」은 『「코리」는 무슨 일만 터지면 수녀원으로 달러가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눈물을 홀리며 기도한다』고 비웃은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런 평가와 우려들은 지금 한꺼번에 사라져버렸다.
지난 11월23일 그녀는 트릭과 권모술수의 제1인자라는 「엔릴레」국방상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양같은 「코라손」과 늑대 같은 「엔릴레」의 파워 게임은 의외로 양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눈물을 흘린 것은「코라손」이 아니라 「엔릴레」였다.
한때 필리핀에는 『5천만명의 겁장이와 한 마리의 사냥개가 있다』는 익살이 널리 퍼져 있었다. 「마르코스」가 쫓겨나고서는 새로운 사냥개 「엔릴레」의 출현에 긴장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코리」의 승리는 그런 우려를 일소했다.
「엔릴레」의 쿠데타 음모세도 물거품이 되었다.
7월에 있었던 「톨렌티노」의 불발쿠데타도 그녀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잠재웠다. 그녀는 지금 17년간 지속된 내전마저 휴전시켰다. 그런 모든 성공에는 물론 필리핀인들의 민주화 의지와 미국을 비롯한 지방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와 화를 내세우는 「코리」의 통치철학인 것 같다.
그녀가 지난 9월 미 의회 연설에서 한 말은 우리에게도 깊이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 『매를 맞고 홀린 피를 칼로 갚지는 않을 것이며 화해의 즐거운 눈물로 갚을 것이다』
약한 여인의 강한 신념에 영광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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