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거국 중립내각 제안은 잔꾀” 문재인, 5일 만에 입장 바꿔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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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새누리당의 거국 중립내각 제안을 “국면을 모면하고 전환하려는 잔꾀”라며 거부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새 내각이 구성되면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게는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박 대통령, 총리 전권 위임 선언을”
사실상 정권 이양 요구 해석도 나와

문 전 대표는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새누리당이 거국 중립내각의 총리를 추천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분노를 느낀다”며 “시간을 벌어 짝퉁 거국내각으로 위기를 모면할 심산이냐”고 말했다.

당초 정치권에서 ‘거국 중립내각’ 카드를 가장 먼저 요구하고 나선 것은 문 전 대표였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긴급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제안했다. 그런 문 전 대표가 5일 만에 새누리당의 거국 중립내각 제안을 거부하며 입장을 바꿨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총리를 추천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대신 거국 중립내각의 조건으로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의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면서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에게는 의전(儀典)만 남기고 정권을 야당에 넘기라는 요구로 해석했다.

문 전 대표는 또 “작금의 사태 본질은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는 점이고 새누리당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공동책임이 있다”며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석고대죄 하면서 자숙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초헌법적이며 반국가적 발상”이라고 반발한 뒤 “대통령에게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거 아니냐. ‘하야하라’는 얘기를 뭐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야당이 먼저 제안한 거국 중립내각을 우리 당이 수용하니 걷어차 버리는 갈지자 행보는 한두 번이 아니다. 개헌·특검도 받아들이니 걷어차 버리고 야당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끊임없이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재경 청와대 신임 민정수석도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 수석은 우병우 전 수석보다 더 검찰을 통제할 위험성이 큰 인물”이라며 “우병우·최경환·김기춘 등이 추천했다는 의혹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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