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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구조조정 기업에 낙하산 전면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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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산업은행 임직원은 퇴직 후 구조조정 기업에 재취업할 수 없다. 또 산업은행의 비금융 출자회사를 시장가격에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나면 즉시 매각한다. 산업은행은 31일 이런 내용의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1차 혁신방안 발표 이후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KDB혁신위원회가 마련한 방안으로, 기득권 포기와 조직 쇄신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산은이 구조조정하는 기업에 산은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6월 1차 혁신안에 있었던 ’산은이 최대 채권은행ㆍ주채권은행인 기업, 임직원 추천권 보유 기업은 심사를 거쳐 취업을 허용한다’는 예외조항도 없앴다. 능력ㆍ자격이 검증되지 않은 임직원의 구조조정 기업과 출자회사 낙하산 인사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출자회사 방만경영의 원인이라는 외부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다. 올해 8월말 현재 15개 구조조정 기업에 산은 퇴직 임직원 16명이 재직중이지만 이들의 임기가 모두 끝나는 2019년 3월엔 퇴직 임원이 한 명도 남지 않을 것이란 게 산은의 전망이다.

대신 전문성 있는 인사를 구조조정 기업의 경영진으로 선임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문 헤드헤팅사를 통해 1차 후보를 추천받은 뒤 기업별 경영추천위원회가 최종 선정하는 방식이다. 경영진 추천위에는 외부전문가가 과반수 이상 참여한다. 최근 현대상선이 이런 시스템으로 새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

132곳의 출자회사 중 중소ㆍ벤처기업 등 95곳은 올해 말까지 매각을 완료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ㆍ대우건설 등 대기업을 포함한 37곳은 내년 이후 매각을 추진한다. 특히 보유주식을 시장가격에 매각한다는 원칙을 정관ㆍ내규 등에 규정화하기로 했다. 자금회수 극대화 원칙을 앞세웠다가 매각의 골든타임을 놓친 대우조선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자는 취지다.

산은 내부적으로는 전문직군제를 도입한 뒤 성과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신입사원을 일괄 공개채용한 뒤 순환보직하는 현 체제 대신 영업ㆍ조사ㆍ관리 등 직군별로 채용한 뒤 직무별 특성을 반영해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대우건설을 비롯한 자회사 매각과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3조원을 확보하면 2020년까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올해 말보다 1.38%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신 정부와 한국은행이 조성한 자본확충펀드의 사용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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