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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 묵은 ‘와후 추장의 저주’ 끝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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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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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전 승리 뒤 기뻐하는 클리블랜드 라자이 데이비스와 프란시스코 린도어(오른쪽). [AP=뉴시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테리 프랑코나(57) 감독이 ‘와후 추장의 저주’ 를 깨뜨릴 것인가. 인디언스는 30일 미국 오하이오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월드시리즈(WS) 4차전에서 7-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했다. 인디언스는 남은 3경기 중 1승만 추가하면 1948년 이후 68년 만에 WS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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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후 추장의 저주는 클리블랜드가 1951년 마스코트인 추장의 얼굴을 빨간색으로 바꾼 뒤 시작됐다.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와후 추장의 얼굴을 희화화한데 대해 인디언들이 분노하면서 클리블랜드의 부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부임한 프랑코나 감독은 올해 지긋지긋한 저주를 풀기 위해 1승 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프랑코나 감독은 지난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를 이끌고 WS 우승을 차지하면서 86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1920년 레드삭스가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보낸 뒤 우승하지 못한 저주)’를 깨뜨렸던 경험이 있다.

프랑코나 감독은 4차전 선발로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코리 클루버를 내세웠다. 클루버는 이날 6이닝 5피안타·1실점으로 WS 2승째를 따냈다. 인디언스는 0-1로 뒤진 2회 카를로스 산타나의 동점홈런에 이어 클루버의 내야안타로 역전했고, 7회 제이슨 킵니스의 3점 홈런으로 승기에 쐐기를 박았다.

컵스는 강력한 선발진(존 레스터-제이크 아리에타-카일 헨드릭스-존 랙키)을 앞세워 메이저리그에서 팀 평균자책점 1위(3.15)에 오른 팀이다. 그래서 컵스 조 매든(62) 감독은 4선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클리블랜드 프랑코나 감독은 3선발(클루버-트레버 바우어-조시 톰린)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WS가 7차전까지 간다면 에이스 클루버가 또 등판한다. 선발 진이 더 두터운 컵스가 인디언스의 압박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프랑코나 감독의 승부수가 통하는 건 단순한 ‘3선발’ 체제가 아닌 ‘3선발+1밀러’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프랑코나 감독은 최강의 셋업맨 앤드루 밀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4차전에서도 클루버 직후 등판한 밀러가 2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밀러는 1차전에서도 클루버(6이닝 무실점)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3차전에서는 0-0이던 5회 2사에 등판, 1과3분의1이닝 무실점으로 1-0 승리에 발판을 놨다. 인디언스는 밀러가 등판한 포스트시즌 9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시카고 현지에서 4차전을 지켜본 허구연 해설위원은 “컵스 타자들이 밀러가 나오기 전 리드를 잡으려고 공격을 너무 서둘렀다”고 지적했다. 한편 1승3패로 몰린 컵스는 올해도 ‘염소의 저주’를 풀기가 쉽지 않다. 염소의 저주는 1945년 염소와 함께 입장하려다 저지당한 컵스 팬이 “앞으로 시카고가 WS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은 것에서 비롯됐다. 컵스는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 염소의 저주를 풀 수 있는 불리한 입장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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