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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흑인유죄’ 미국의 불편한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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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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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브라이언 스티븐슨 지음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504쪽, 1만7000원

“사형이란 ‘돈 없는 사람들이 받는 처벌’입니다.” 1983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서 인종과 빈곤 관련 소송 과정을 수강하던 24세 브라이언 스티븐슨(57)은 선배 국선 변호사의 이 한마디에 놀라고 매료되었다. 미국판 무전유죄(無錢有罪)인가. 그는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불평등을 정량화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서둘러 발전시킬 필요”를 느꼈다.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그로부터 30여 년, 변호사 스티븐슨이 “미국의 대량 투옥과 과도한 처벌 문제를 가까이서 살펴본” 기록이다. 21세기에 태어난 흑인 남성 세 명 중 한 명이 수감자인 셈인 미국에서 그는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수가 된 사람들과 가깝게 지냈다.” 그러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을 모른채 할 경우 결국에는 그 영향이 우리 모두에게 미치기 마련”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의 원제가 ‘오직 자비(Just Mercy)’가 된 까닭이다.

뉴욕대학 로스쿨 교수이자 비영리 법률 사무소 ‘이퀄 저스티스 이니셔티브’의 상임이사인 저자는 저지른 죄에 비해 과도하게 형량을 선고받아 사형수가 된 100여명을 구제하는 등 미국 형사 사법제도의 불공정한 법 집행을 적극적으로 개혁한 ‘정의를 추구하는 인물’로 인권 관련 여러 상을 받았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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