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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서 농사 잘만 지으면 대기업 억대 연봉 안부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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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사는 김형규(54)씨는 올해 참외로 매출 4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 비하면 참외 시세가 못해 다소 떨어진 금액이다. 올해로 28년째 참외 농사를 짓는 김씨는 “농사도 잘만 지으면 대기업 다니는 것보다 낫다”며 “땅 하나 없이 시작해 지금은 농지 20만㎡(약 6만 평)를 사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의 45%를 시설에 투자한다. 아들(23)도 국립 한국농수산대학을 나와 농사를 잇고 있다. 농수산대학 학생 2명이 김씨 농장에서 실습한다.

고소득 농가 가장 많은 경북
연매출 1억 이상 농가만 4788가구
고소득 과수·약용작물·축산물 많아
포도·자두 등 14품목 생산량도 1위
경상북도, 6차 산업 추진 노력 결실

경북 군위군 군위읍 대흥농장에서 돼지 2만 마리를 키우는 이광영(70)씨는 외국인 10여 명과 함께 일한다. 네팔·태국·베트남 등 국적도 다양하다. 4대 보험을 들어주고 한 달에 평균 235만원을 지급한다. 이씨는 매출만 따지면 수십억원에 이른다. 대흥농장은 종돈을 많이 기른다. 그는 “농축산업은 인건비 따먹기인데 인건비가 너무 비싼 편”이라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재투자한다”고 말했다. 돼지는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큰 변수라고 지적한다. 아들 둘도 농장에서 일한다.

김씨와 이씨는 이른바 ‘억대 부농’이다. 경북도엔 1억원 이상 고소득 농가(매출 기준)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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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경북의 1억원 이상 농축산물 판매 농가는 478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의 1억원 이상 매출 농가 2만9259가구의 16.4%로 1위다. 2위는 경기도(4185가구, 14.3%), 3위는 충남(3632가구, 12.4%)이다. 시·군 단위로는 성주군이 649가구로 제주 서귀포시 881가구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성주 이외에 상주·의성·김천·영천·영주·안동이 전국 50위 권이다.

경북에 억대 부농이 이처럼 많은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경북은 농업의 중심지다. 경북의 농가와 농가 인구는 각각 18만5000가구(전국 108만9000가구의 17%) 41만명(전국 256만9000명의 16%)으로 전국 1위를 차지한다. 생산량 전국 1위를 차지하는 품목이 사과와 포도·자두·참외·복숭아·한육우 등 14가지나 된다. 고소득인 과수는 전국의 32.5%, 약용작물은 24.1%, 축산은 18.9%를 차지할 정도다. 농가와 달리 분류되는 임가(林家)도 가장 많다. 감의 고장 청도(4393가구)와 상주(3498가구)는 전국 임가 규모 1, 2위에 올라 있다.

농정도 앞서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농업의 6차 산업화다. 농가가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가공·유통에 관광까지 겸해 부가가치를 높인다. 대백프라자·이마트 등 대도시 대형 매장에 농산물 시험매장인 안테나숍을 운영해 소비자의 반응을 점검한다. 또 마을영농 등 공동 경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생산비를 줄이고 품질·생산성을 끌어올린다. 농업 정예인력을 양성하는 농민사관학교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도 경북 만의 특색 사업이다. 최영숙 경북도 농업정책과장은 “농업의 6차 산업화와 공동 경영을 통해 경북을 소득이 높은 대한민국 농업 1번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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