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 숙부 미카사노미야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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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裕仁·1901~89) 전 일왕의 동생인 미카사노미야 다카히토(三笠宮崇仁·사진)가 27일 별세했다. 100세.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잊지 말길”
양심 발언 등 침략 전쟁에 비판적

NHK는 미카사노미야가 이날 오전 도쿄 세이루카국제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숙부이기도 한 미카사노미야는 지난 5월 급성 폐렴으로 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다.

1915년 다이쇼(大正) 일왕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미카사노미야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중국 난징(南京)사령부 참모 등으로 복무했다.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며 침략 전쟁에 비판적 입장을 갖게 된 그는 98년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을 만나 “일본군의 만행이 부끄럽다. 중국인들에게 사죄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일본의 전쟁 반성 여론을 주도했다. 2004년엔 일본 방송에서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을 잊어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 

그는 전후 도쿄대에서 중동사를 전공하고 역사학자로서 학업에 전념했다. 50년대 초대 일왕의 즉위일(2월 11일)을 건국기념일로 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초대 일왕의 즉위는 신화일 뿐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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