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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여왕 박세리 챔피언 레슨] 풀에 공 박혔을 땐 핀 노리지 말고 탈출에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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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골프를 하다보면 종종 곤경에 빠진다. 위기 탈출이 쉽진 않지만 가끔은 멋진 샷을 통해 리커버리를 할 수 있다. 이게 인생과 닮은 점이기도 하고, 골프의 매력이기도 하다.

<12> 러프에서의 샷
자신있는 거리까지 쇼트 아이언 샷
너무 욕심 부리면 손목 다칠 우려

아마추어가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티샷 미스일 것이다. 어깨에 잔뜩 힘을 준 채 회심의 샷을 날려보지만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러프지역으로 들어가면 실망은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퍼팅이나 어프로치 실수보다는 티샷 미스가 나을 수도 있다. 충분히 만회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나느냐에 따라서 파세이브는 물론 버디를 잡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이 러프 지역에 빠졌을 때 효과적으로 샷을 하는 방법은 뭘까. 러프에 공이 빠졌을 경우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공이 놓여있는 상황, 즉 라이(lie)다. 공이 놓여있는 상황과 지형에 따라 어떤 클럽을 사용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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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깊은 러프에 공이 깊이 박혀있다면 롱아이언을 사용하기 어렵다. 잔디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강도가 센 X샤프트를 사용하는 PGA투어 프로들도 공이 깊은 러프에 빠지면 5번 아이언까지만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보다 긴 클럽으로는 러프에서 탈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핀까지 거리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 공이 러프에 깊숙하게 잠겨있다면 우선은 안전한 지역으로 공을 빼내는 게 낫다. 직접 핀을 노리는 모험을 했다간 타수를 까먹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음 샷을 고려해 자신이 가장 자신있게 공략할 수 있는 거리로 공을 보내는 것이 상책이다.

예를 들어 핀까지 170야드가 남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골퍼 스스로 120야드의 거리가 가장 자신있다면 50야드만 보낸 뒤 다음 샷으로 핀 가까이에 붙여 파세이브하는 전략을 세우라는 것이다. 170야드가 남은 상황에서 풀스윙을 해서 100야드 정도를 전진한다고 해도 무조건 기뻐할 일이 아니다. 남은 70야드 거리에서 ‘온탕냉탕’으로 타수를 까먹을 수도 있다.

공이 러프에 살짝 떠있는 상태라면 상대적으로 탈출하기가 쉽다. 이런 경우엔 페어웨이 우드로 공략해도 무방하다. 이 때는 티 위에 공이 놓여있는 것과 비슷하다. 클럽을 견고하게 쥔 뒤 살짝 걷어 올리는 느낌으로 샷을 하면 된다.

다만 러프의 저항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클럽을 세게 휘두르면 샷이 왼쪽으로 감길 우려가 있다. 이럴 때는 목표보다 살짝 오른쪽을 겨냥하는 것이 좋다.

러프에선 잔디의 ‘결’ 과 ‘촘촘함’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순결인 상태에서는 샷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역결인 상태에서는 클럽이 풀에 감기기 때문에 공을 정확히 때리기가 어렵다. 러프의 풀이 촘촘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때도 공을 정확히 맞히는데 집중해야 한다.

나는 러프에 공이 빠졌을 경우 클럽 페이스를 살짝 오픈한 뒤 일부러 핀의 오른쪽을 겨냥해 어드레스를 한다. 혹시라도 공이 감기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오른쪽을 겨냥할 지는 러프의 깊이와 결에 따라 골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깊은 러프에서 클럽이 감기기 쉽기 때문에 부상 가능성도 커진다. 프로골퍼들도 손목 부상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러프에서 샷을 하다 생기는 것이다. 부상을 두려워해서 소극적인 플레이를 할 필요는 없지만 깊은 러프에서는 항상 부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잔디가 억세고 질기다면 욕심을 버리고 레이업을 해서 러프에서 탈출하는 게 상책이다.

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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