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중공군 3만 격퇴한 몽클라르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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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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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클라르 장군의 사진첩 발간을 주도한 지평사모의 김덕형 이사, 김성수 대표, 정희주 편집위원장(왼쪽부터). 김 대표는 “한·불 수교 130년을 맞아 양국의 우호관계를 확인하는 징표”라고 말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6·25전쟁에 참전했던 프랑스의 전쟁 영웅 고(故) 랄프 몽클라르(1892~1964) 장군. 3성 장군이었던 그는 대대를 이끌기 위해 계급을 중령으로 낮추고,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니며 직접 병사를 모았다. 그리곤 1951년 2월 경기도 양평에서 벌어진 ‘지평리 전투’에서 프랑스군 600여 명을 진두지휘해 중공군 3만 명을 격퇴했다. 중공군 참전으로 열세에 몰렸던 연합군이 전세를 역전시킨 순간이었다.

사진첩 펴낸 김성수 지평사모 대표
중령 계급으로 낮춰 참전, 대대 지휘
51년 지평리 전투 승리로 전세 역전

몽클라르 장군을 기념하는 사진첩 『한국 수호 전사 몽클라르 장군과 프랑스 대대』가 최근 출간됐다. 사진첩에는 몽클라르 장군 가족이 소장해온 사진 30여 점과 함께 그가 이끌었던 프랑스대대의 활약상이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등 3개 국어로 기술돼있다. 책을 발간한 이들은 2009년부터 몽클라르 장군 알리기 운동을 해온 ‘지평리를 사랑하는 모임’(지평사모)이다.

25일 사진첩 출판기념식에서 만난 김성수(73) 지평사모 대표는 “한국의 경제적 번영 뒤에는 몽클라르 장군 같은 외국 용사들의 헌신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첩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아태의 대표변호사인 김 대표가 지평사모를 결성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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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리 전장을 찾은 맥아더 장군(오른쪽)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몽클라르(왼쪽). [사진 지평사모]

“경기도 양평군 지평리 부근에 개인 서고가 있어서 그곳을 자주 다니다 보니 지평리 전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몽클라르 장군을 처음 알게 됐어요. 프랑스의 3성 장군이 대대장으로 계급을 낮춰서 한국에 왔다는 얘기를 듣고 그분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그는 뜻이 맞는 고교 동창들을 중심으로 몽클라르 장군을 알리기 위한 모임을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지평사모는 2010년 몽클라르 장군의 딸인 파비안 몽클라르 여사를 한국으로 초청했고, 이듬해에는 몽클라르 장군의 자서전을 한국어로 출간하기도 했다.

사진첩을 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책을 편집한 정희주(74) 전 대우상용차 사장은 “몽클라르 장군에 대한 자료가 국내에 남아있지 않다 보니, 석 달 동안 해외 사이트를 뒤져가며 어렵게 자료를 구했다”고 했다. 그는 몽클라르 장군이 싸웠던 지평리 전투를 “인천상륙작전과 더불어 연합군이 전세를 역전시킨 2대 전투로 꼽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만약 지평리 전투에서 패해 50여 ㎞를 더 후퇴한다면 미 합참은 한국을 포기할 생각까지 할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어요.”

몽클라르 장군은 1951년 6월 지휘권을 인계하고 그해 12월에 고국 프랑스로 돌아갔다. 귀국 후에는 다시 중장 계급장을 달았고, 파리에서 1964년 생을 마감했다.

지평사모는 사진첩 1250부를 장군이 졸업한 프랑스 육군사관학교 쌍시르에 기증하기로 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파비앵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는 “사진첩 발간은 몽클라르 장군의 희생을 젊은 세대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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