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연구가 이종학씨 지적|"충무공 표준영정 잘못 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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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문화재보호협회가 최근 충무공 이순신장군을 비롯한 24명의 위인 영정을 정부공인을 거쳐 제작·보급하는 것을 계기로 충무공영정에 대한 시비가 재연되고 있다.
충무공연구가 이종학씨(59·수원시화서동69의6)는 8일 일제하인 1929년 정재 최우석이 그린 충무공의 새로운 영정을 공개하고 『지금까지 밝혀진 기록과 자료들을 종합정리, 충무공영정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충무공영정은 정재가 제8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충무공영정은 청전 이상범(1932년), 이당 김은호(49년·2점), 월전 장우성(53년· 현충사 봉안), 정형모(78년·한산도제승당봉안)화백의 작품이 손꼽혀왔는데 이번 표준영정은 월전의 작품이 선정됐다.
이보다 앞서 1918년 심전 안중식화백이 그린 충무공영정이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는데 심전의 제자인 정재는 심전의 작품을 참고해 그린 것으로 보이며 정재보다 3년후에 그린 청전 또한 정재의 작품과 흡사한 맛을 풍긴다.
이종학씨는 충무공영정을 다시 그려야 하는 첫째 이유로 현재 그의 모습을 유력하게 보여주는 기록인 유성룡의 『징비록』내용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징비록』에 충무공을 가리켜 「용모아칙 여수근지사 (공의 얼굴은 바탕이 엄하게 갖춰져 수양근신하는 선비와 같다)라 했는데 여기서「용모아칙」이 이당이래 「용모아식」으로 잘못 전해져 대부분 「아담한 얼굴」로 계속 그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아칙」(아칙) 은 「전아엄정」의 뜻(『중문대사전』)이라면서 정재의 작품은 이런 분위기를 그런대로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무공영정을 다시 그려야하는 두번째 이유로 이씨는 영정이 그려진 이후의 새로운 자료들을 들었다. 그중 특히 주목할 자료는 태촌 고상안(1553∼1623)의『태촌문집』. 충무공의 측근을 지낸바있는 그는 충무공에 대해 『통제사와는 같은해 급제한 사이여서 여러날 함께 머물렀다』면서 『그 언론이나 꾀와 지혜가 본시 난을 평정할만한 재목』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 『용모는 비대하지 않고 입술이 위로 치켜진 상이어서 내가 보기엔 복이없는 장수였다』고 적고있다.
이씨는 『충무공의 윗 입술이 위로 치켜진 상이었다는 기록은 그의 수염이 「팔」자였다는 통설과도 부합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조선조이래 모신 다양한 영정과 산재된 기록들을 수집·정리, 이를 토대로 새로운 충무공의 모습을 세우자』고 말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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