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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라니냐 온대”…곡물상품·식품주 웃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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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 겨울 라니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고 때문에 곡물 관련 투자 상품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스페인어로 소녀를 뜻하는 라니냐(La Niña)는 적도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균대비 0.5도 낮은 경우 발생한다. 미국·멕시코·아르헨티나 등에 가뭄을 일으켜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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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거래소·제로인에 따르면 곡물 가격 상승에 따라 곡물 관련 상장지수채권(ETN)과 펀드 시세가 8월 말 저점을 찍고 상승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가격 수익률을 따르는 신한 옥수수 선물 ETN은 이날 전날보다 0.35%(30원) 오른 8550원을 기록했다. 8월 말 저점(7665원)을 찍고 10.4% 상승했다. 미국·유럽에서 거래되는 밀·설탕 등 농산물 가격 지수에 주로 투자되는 국내 펀드도 9월 초 이후부터 현재까지 5~7% 수익률을 내고 있다.

옥수수·밀 등 국제 곡물값 상승세
국내 펀드 9월 이후 수익률 5~7%
식품업체 목표주가도 줄줄이 상향

증권가에서는 1990년 이후 곡물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에 네 차례(1995년·2007년·2010년·2012년) 수퍼 라니냐를 겪었던 점을 들어 올해 겨울을 더욱 주목하고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역대 두 번째로 강한 엘니뇨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올해 겨울 라니냐를 예상하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스페인어로 소년을 뜻하는 엘니뇨(El Niño)는 라니냐와 반대로 바다가 따뜻해져 미주 지역에 홍수를 일으킨다. 강한 엘니뇨가 오면 비슷한 시기에 라니냐가 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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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상청은 최근 세계기상기구(WMO) 엘니뇨·라니냐 전망을 인용해 이번 겨울철에 라니냐가 발생할 확률은 50~60%라고 밝혔다. 미국 해양대기국(NOAA)도 최근 올 겨울 라니냐 발생 가능성을 70%로 예고한 바 있다.

라니냐는 국내 식품업체 영업 이익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상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정부가 식품 가격을 규제하기 어렵다”며 “라니냐를 계기로 국내 식품업체가 가격을 인상한다면 수익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한 달간 주요 식품업계 목표 주가도 상향 조정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신세계푸드의 적정 주가를 13만원에서 20만원(53.8%)으로, 미래에셋증권은 CJ제일제당을 43만2000원에서 45만5000원(5.3%)으로 올렸다.

3대 생활밀착형 상품(Commodity)으로 불리는 금·원유·농산물 중 금과 원유 가격의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점도 농산물의 인기를 더하고 있다. 손재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와 달러 가치 상승으로 금 가격은 내년까지 정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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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생산량 증가로 재고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원유도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상품거래소 기준으로 금 가격은 최근 3개월간 4.9% 하락했지만,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 옥수수 가격은 같은 기간 5.5% 올랐다. 조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부장은 “곡물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이 내년 초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라니냐가 옥수수 성장기인 가을철이 아닌 겨울철에 오는데다 강도가 약해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옥수수가 공급 과잉 상태에 있는데다 기후 전문기관에서 예측하는 라니냐 지속 기간도 짧다”고 말했다. 홍춘옥 키움증권 연구원도 “옥수수로 얻는 바이오에탄올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지 않다는 회의론이 나와 수요가 줄었다”며 “중국 쪽 가축 사료 수요도 증가하지 않아 공급이 넘친다”고 말했다.

김민상·심새롬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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