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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독립기념관 화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해가 저문다. 독립기녑관화재사건을 비롯, 인천사태, 부천사건, 건대사건, 서진룸살롱집단살인사건, 김포공항폭탄테러사건등 유난히 큰 사건과 사고가 많았던 한해였다. 사건현장과 주역들의 그후를 추적해 본다.
화재로부터 넉달. 독립기념관은 흐려진 인상을 바로잡고 다투어 성금을 내던 그때와 같은 국민들의 따뜻한 애정을 되살리는 「속죄의 공사」가 진행중이다.
불탄 본관건물은 10월말로 철거작업이 끝났다. 현재는 새 철골서까래 설치작업중.
8차례에 걸친 안전진단결과 16개의 대형서까래중 불길이 닿았던 12개를 모두 바꿨다. 사이에 설치된 5백40개의 소형 서까래도 3백8개를 이달 중순까지 모두 교체한다.
구리기와는 온전한 것도 녹이 슬기 시작해 색깔을 맞추기 위해 4만3천여 장의 기와를 모두 새로 만들어 얹기로 했다. 지난달 10일부터 풍산금속 온산공장에서 제작중.
화재당시 불이 번지는 매체구실을 한 대형서까래 치장재 FRP(강화플래스틱)는 완전 불연재인 GRC(강화유리섬유콘크리트)로 모두 바꾼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작은 서까래도 철과 아연의 합금인 갈바륨으로 싸 치장하기로 했다.
기와를 받치는 개판(개판)은 나무에서 경량 콘크리트관으로 바꾼다. 기와와 개판사이에 넣는 단열재도 우레탄을 암면으로 교체.
또 만약의 사태에 대비, 전선은 종전의 비닐피복전선 대신 암면으로 싼 내화전선을 쓴다.
화재당시 직접 불씨가 봤던 천장조명용 간접조명등은 3천3백60개를 모두 없앴다.
용마루 (높이2m)속에 길이30m짜리 소화전6개를 새로 만들기로 했으며 본관 사무실동에만 있던 할론소화가스설비를 연구동과 본관뒤편의 전시관에도 모두 설치할 예정.
본관·전시관주변에 소방도로 8백m를 새로 내고 내년2월까지 소방파출소를 만들어 화학차와 고가사다리차 l대씩을 배치할 예정으로 내무부와 협의중.
복구공정은 현재 15%가량.
지난89월20일 높이 50m짜리 대형 타워크레인 2대와 비계를 설치, 본격적인 철거와 복구작업을 시작한 시공회사 대림측은 12월의 강풍과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골서까래 설치작업에 비지땀을 흘리고있다.
현장소장 이병협씨(44)는 『웬만한 공사는 11월말 끝났지만 속죄하는 마음으로 서까래 교체작업이 끝나는 이달 중순까지는 공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념관측은 겨울동안 공사를 중단했다가 내년3월에 다시 본격적인 복구작업에 들어가 7월말까지는 복구공사를 끝내고 8·15때 개관할 계획.
복구공사에 소요되는 예산 33억7천1백만 원은 모두 대림의 부담.
불을 내거나 하도급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는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대전업 현장소장 김선식씨(35)와 대림 전기차장 김명성씨(43)등 10명에 대한 재판은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1심 재판의 결심이 끝났다.
구속자는 당초 9명이었으나 뇌물증여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불구속 입건됐던 간접조명등 제조업체인 영전사의 전무 길석남씨(44)가 불량전구사용 사실이 밝혀져 지난9월2일 전기용품안전관리법위반혐의로 추가 구속돼 10명으로 늘어났다.
화재책임을 물어 기념관측 책임자인 윤문길 건설본부장을 비롯, 사무처장·건설국장·건축부장·설비부장등 5명이 자리를 물러났다.
이원홍 문공부장관도 얼마후 자리를 물러나 무역진흥공사 이사장으로 옮겼다.
일제설비로 말썽을 일으킨 원형극장 문제는 설비를 새로 미국회사에 의뢰할 경우 60억원이라는 추가부담이 생겨 후임관계자들이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한채 고심중.
잇단 시련과 난제속에서도 안춘생관장(75)등 95명의 직원은 독립기념관의 모습과 함께 명예와 신뢰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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