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제3지대론 온도차, 김무성 “불참” 김종인 “반기문이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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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주자·중진 입장은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정계에 복귀하면서 ‘제3지대론’이 개문발차(開門發車)했다. 손 전 고문이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제3세력화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개헌이다. 본지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와 중진 의원들에게 제3지대론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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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민주당 내에선 미묘한 온도차가 나타났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최근 도올 김용옥과의 인터뷰에서 개헌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측근은 “제3지대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확고하다”고 전했다.

유승민·남경필·오세훈 부정적 반응
김부겸 “개헌 빌미 제3지대는 반칙”
안철수 “민의는 국민의당 중심으로”
원희룡 “압도할 비전 있다면…” 여지

박원순 서울시장도 제3지대 합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강도는 안 지사보다 느슨했다. 박 시장 측 인사는 “지방분권형 개헌에 찬성”이라면서도 “대선으로 가져가야 할지는 아직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을 떠나 손 전 고문과 손잡는 것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개헌에 공감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를 배제하는 개헌 추진에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의원 측도 “개헌을 빌미로 제3지대를 구성하는 것은 반칙”이라며 “승부는 당에서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통화에서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로) 개헌에 동의하는 쪽이 넓어질 것”이라며 “(연말까지) 정기국회 과정에서 개헌 특위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당 비주류인 박영선 의원도 “개헌 논의를 통한 공통분모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의원은 제3지대 합류 가능성에 대해선 “개헌은 제3지대를 목표로 논의하는 게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해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회 개헌추진모임을 주도하는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분권형 개헌은 개헌모임 소속 새누리당·민주당·국민의당 의원들 사이의 공감대이지 제3세력 추진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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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차기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분권형 개헌에 찬성하는 김무성 전 대표는 “나는 아직 그 논의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제3지대는 저한테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잘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했고, 남경필 경기지사 역시 “정치판 전체를 바꾸려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나는 길이 다르다. 새누리당 안에서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주자들에게 제3지대론은 아직 ‘플랜 B’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원희룡 제주지사는 “기존 정당이 제대로 안 되니 제3지대가 필요하다는 식이어선 국민에게 와닿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기존 정당을 압도할 비전과 신뢰, 국민의 기대가 모아진다면 정치는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총선 민의는 ‘제3의 길’의 주인으로 국민의당을 세웠다. 반년 만에 그 뜻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과의 연대를 위해 국민의당을 허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서둘러 진화한 셈이다.

하지만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당이 제3지대의 중심이 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밖에서 못 들어온다면 우리 틀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결국 제3지대론 성패의 변수는 내년 1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 입당 또는 제3지대행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하든 정치권이 출렁일 것이란 뜻이다.

김종인 전 대표는 “반 총장이 들어오는 상황을 앞두고 정치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잘 봐야 한다”며 “대선주자들도 지금과 다른 생각을 얼마든지 드러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탁·이충형·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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