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술과 정신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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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술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약물에 훨씬 더 가깝다. 따라서 잘 쓰면 약이요, 지나치면 독이 된다. 알콜중독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쓰다는 것은 특별히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 알콜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몇 달간 병원에 입원, 다시는 마시지 않겠노라고 맹세한 사람이 퇴원하는 날 바로 술집으로 직행하는 일이 있을 정도로 이 병은 치료가 어렵다.
마시기는 하되 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키는 것이 좋다.
혼자서 고독하게 마시는 습관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 술은 반드시 가까운 사람들과 어울려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시도록 해야한다 .혼자 마시다 보면 술 자체에 탐닉하게 되고 술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진다. 혼자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은 이미 중도의 문턱을 넘어섰다고 보아야 한다.
술은 가급적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서양 사람들이 사교적으로 마실 때 맥주 한잔으로 1∼2시간씩 버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술은 그처럼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시는 것이다. 경쟁하듯이 잔을 주고받으면 뇌·위·간 등의 장기를 빨리 손상시키며, 알콜 자체의 마취효과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빈속에 마셔서는 안 된다. 소위 깡술을 마시는 버릇은 당장 버려야 한다. 먼저 음식으로 배를 좀 채운 뒤에 마시는 것이 제일 좋고, 술을 마신 뒤에라도 반드시 식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마시는 도중 안주를 많이 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깡술을 마시면 비타민 등의 영양결핍이 와서 앝콜중독이나 알콜성 정신병이 되기 쉽다.
독한 술보다는 가급적 약한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 독한 술은 빨리 중독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한 술이라고 해서 중독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한번 과음했다 싶으면 며칠간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몸이 회복되려면 쉬어야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마셔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심하게 취하는 사람은 아예 술을 멀리해야 한다.

<다음 회부터는 서동진교수(고려대 의대·내과)가 계속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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