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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도 모르다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말을 못하는 재일동포나, 재미동포를 대할때가 있다. 이때 우리는 그럴수도 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가슴 한편에 느껴지는 서운한 마음을 뿌리칠 수가 없다. 그리고 저렇게 우리말도 못하는 사람을 우리 동포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된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말을 못하는 사람은 바다 건너 멀리 남의 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그 한 예로 겹받침의 발음만 하여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
「읽다, 읽고, 읽지」 나 「읊다, 읊고, 읊지」 따위를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따/ 익다,일꾜/ 익고,일찌/ 익지」와 「을따/ 읍다,을꼬/ 읍고, 을찌/ 읍지」의 구별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말, 그것도 기초적인 낱말의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그런 사람을 과연 우리는 우리말을 할 줄 안다고 할수 있을는지? 겹방침은 고사하고 홀받침도 제대로 발음되지 않는다. 「젖이, 빚율 들녘에, 팥을, 헝겊이」 는 흔히 「저시, 비슬, 둘녀게, 파츨, 형거비」 로 일러진다.
그리고 동화현상도 문제다. 「가자미, 멋장이, 손잡이」 가 「가재미, 멋쟁이, 손재비」 로 발음되는가 하면 「기어, 되어, 피었읍니다」 가 「기여, 되여, 피였읍니다」 가 된다. 「친구, 한강, 현금」 이 「칭구, 항강, 형금」, 「난방, 신문, 준비」가 「남방, 심문, 줌비」, 「옷본, 샅바, 핫바지」 가 「옵뽄, 삽빠, 합빠지」 로 발음되어 표준 발음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광복된지도 벌써 반세기가 가까워 오는데 자국어를 이렇게 모른다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그것은 종래의 국어 교육에 맹점이 있고 국민 의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어교육은 종래의 단편적 지식 교육을 지양하고 표현이해의 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음성언어 교육을 강화하고, 국어 사용의 규범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국어가 그나라 문화의 지표임을 깨달아 이에 대한 종래의 무관심과는 달리 많은 국민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모국어를 모르는 이방인이 사라지고 국어에 의한 민주시민의 원만한 생활은 영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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