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 로스 이번엔 美직물사 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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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철강사들을 인수해 미국 최대의 철강회사를 만든 '부실기업 사냥꾼' 윌버 로스(사진)가 이번엔 섬유산업으로 손을 뻗쳤다.

도산 위기에 몰려 있던 대형 직물회사인 벌링턴사는 지난 28일 6억2천만달러를 받고 회사를 윌버 로스측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에서 벌어진 최종 경매에서 로스측은 당초 제시했던 금액(6억8백만달러)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써 내 벌링턴사를 움켜쥐었다. 이로써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벌링턴사 매각작업은 종료됐다.

이에 앞서 벌링턴사는 월가의 '정석 투자가' 워런 버핏이 경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5억7천9백만달러를 받고 회사를 매각하기로 거의 합의를 봤었다. 로스가 막판에 이 거래를 뒤집은 셈이다.

로스는 이미 벌링턴사 회사채를 다량 소유한 주요 채권자 가운데 하나였다. 부실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사 모았다가 회사 인수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노스 캐롤라이나 등 미국 동남부에 밀집해 있는 다른 직물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벌링턴사는 외국의 값싼 제품에 밀려 고전을 거듭하다 2001년 1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0억달러였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라그룹 등 국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에도 깊숙이 간여했던 로스가 지난해 설립한 인터내셔널스틸그룹(ISG)은 현재 미국 최대의 철강회사로 자리잡았다.

로스는 도산한 LTV철강을 지난해 3월 사들인데 이어 9월엔 애크미금속을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ISG로 바꿨다. 그리고 나서 약 2년 전 파산한 미국 2위의 베들레헴철강을 지난 봄 인수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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