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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는 그림] 샤갈 '꿈의 꽃다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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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1963년 드골 대통령의 제안으로 파리 전역에 건물 세척 작업이 펼쳐졌다. 자동차 매연과 먼지에 뒤덮인 문화유산들이 하나 둘씩 원래의 밝고 화려한 색깔을 되찾기 시작했다.

샤를 가르니에(1825~98)가 설계해 착공 17년만인 1875년 개관한 파리 오페라 극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1989년 바스티유 오페라 개관 후 발레 전용극장으로 남아있는 '팔레 가르니에'다.

당시 문화부 장관 앙드레 말로는 파리 오페라 극장의 천장 벽화도 새것으로 바꿨다. 마르크 샤갈(1887~1985)이 그린 유일한 천장 벽화 '꿈의 꽃다발'(1964)은 이렇게 해서 탄생됐다.

여기에는 모차르트.바그너.드뷔시.스트라빈스키.라벨.베를리오즈.차이코프스키 등의 유명 오페라.발레 장면이 등장한다. 오페라사를 수놓은 위대한 작곡가들에 대한 존경의 뜻을 담은 그림이다.

샤갈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대인의 결혼식 장면이나 새.꽃.연인.동물과 함께 에펠탑.개선문 등 파리의 명물도 등장한다.

8t짜리 샹들리에에 불이 켜지면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자유롭게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것 같다. 제목처럼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밝고 화려한 원색의 향연은 금색과 붉은색으로 뒤덮인 다소 무거운 객석 분위기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개관 당시 쥘 위젠 르네뷔가 그린 천장 벽화는 객석에선 볼 수 없지만 샤갈의 그림 뒤편에 그대로 보존돼 있다. '19세기의 시스틴 성당 벽화'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중충하고 어두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샤갈은 58년 파리 오페라 극장을 위해 라벨의 발레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무대.의상 디자인을 맡았다. 6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제작한 모차르트의'마술 피리' 무대 세트를 디자인했으며 이 극장 로비에 있는 벽화를 그렸다. 이밖에도 '오르페우스 신화''음악회''녹색의 바이올리니스트'등 음악을 소재로 한 그림을 다수 남겼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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