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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현대미술, 그 속살이 궁금하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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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도네시아 미술은 우리에게 낯설다. 서구 시각의 미술 흐름을 좇다 보니 정작 우리 곁이 변방이 되어 등잔 밑이 어두운 격이 됐다. 인도네시아 컬렉터 톰 탄디오(36)는 “나도 한국 미술을 잘 모르고 수집품도 없다. 이런 전시가 늘어나면 서로를 알아가는 문화 교류의 새 길이 날 것”이라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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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신흥 컬렉터 톰 탄디오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에코 누그로호의 ‘커플 시리즈’ 옆에 섰다.

지난 13일 서울 압구정로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난 탄디오는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을 세계로 내보내는 강력한 후원자로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12월 10일까지 열리는 ‘톰 탄디오의 인도네시아 현대미술 컬렉션’을 위해 서울에 온 그는 “이번 전시를 응원하러 내 주변의 젊은 미술 후원자 50여 명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탄디오가 회장을 맡고 있는 ‘젊은 컬렉터 이사회(Board of Young Collectors)’의 멤버로 20~30대 신흥 미술애호가다.

인도네시아 수집가 톰 탄디오
‘현대미술 컬렉션’전시차 방한
“양국 문화 교류의 새 길 날 것”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은 독재정권이 물러난 1998년 이후 표현의 자유를 얻어 크게 발전했다. 10여 년 전 우연히 친구를 따라 간 전시장에서 새로운 미술 흐름을 접한 뒤 그들의 작품 세계를 공부하기 시작하며 새 세상을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한 점 두 점 사게 됐고, 그런 후원이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톰 탄디오는 인도네시아 동시대 미술을 후원하는 비영리기관 ‘인도 아트 나우(Indo Art Now)’의 설립자다. 인도네시아 출신 작가들의 자료와 이미지를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신인작가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꾸준히 올린다. 돈 주고 미술품만 사는 컬렉터가 아닌 미술계 선도자로 일정 시각을 제시한다. 이번 자신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서울전에는 그가 우정으로 관계를 맺어온 에코 누그로호(39), 알베르트 요나단 스티아안(33) 등 9명 작가의 근작 20여 점을 들고 왔다.

“에코 누그로호는 제가 맨 처음 산 작품의 작가라 각별하다.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인도네시아 사회의 모순을 희극적으로 담아내 보는 이를 각성의 웃음으로 이끈다. 불교미술에서 영향 받은 알베르트 요나단 스티아안의 설치미술은 진흙으로 빚은 도자를 5시간에 걸쳐 한 점씩 깨나가는 과정을 담은 영상물인데 그 동작 하나하나가 감동이었다.”

그의 소장품 전은 21세기 인도네시아 미술의 현주소를 집약한 컬렉션이 한 수집가의 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 미술애호가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송은문화재단(이사장 유상덕)은 모기업인 주식회사 삼탄이 인도네시아와 대규모 석탄 화력 발전 사업을 하는 인연으로 인도네시아 미술을 국내에 꾸준히 소개해왔다.

“나는 미술품 후원자이자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업가다. 앞으로 한국 작가 중에 친구가 생기면 그들 작품도 사겠다.”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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