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유방암 신약 덕에 완치율 92%…재발하더라도 적극 치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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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철 원자력병원장이 유방암 검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 원장이 볼펜으로 가리킨 부분(유방 바깥, 겨드랑이 가까운 쪽 )에 암이 가장 많이 생긴다. 프리랜서 임성필

유방암은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여성암이다. 최근 20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 다행히 조기 검진율이 높아져 완치 환자가 늘고 있지만 문제는 재발이다. 유방암은 다른 암과 달리 완치 판정(5년 동안 재발 안 된 경우)을 받은 뒤 10년 후, 20년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학회 차기 이사장인 노우철 원자력병원장에게 유방암 치료와 재발 방지 방안을 물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방암 환자가 왜 이렇게 급증하나. 어떤 원인이 있나.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위험이 올라간다. 에스트로겐은 생리 시작 후 본격적으로 분비되는데 요즘 아이들은 성조숙증으로 초경이 일찍 시작된다. 또 임신과 수유 기간 동안엔 생리를 하지 않아 에스트로겐에 노출되지 않는다. 예전엔 아이 두셋을 낳아 4~6년 동안은 에스트로겐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하나만 낳는 여성이 많아져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그만큼 길어졌다. 기름진 서구식 음식, 음주 등도 에스트로겐 분비를 촉진시켜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
다행히 조기 검진율은 높아지고 있다. 완치율도 그만큼 높나.
“그렇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유방암 예방·홍보 캠페인(핑크리본 캠페인) 덕분에 조기 검진하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환자 중 약 90%가 질환 초기인 0~2기에 발견된다. 유방암이 일찍 발견되면 다른 곳에 전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만큼 완치율도 높다. 전체 유방암 완치율은 91.5%를 기록해 미국 89.2%, 일본 89.1%보다 높은 수준이다. 10년 새 한국의 유방암 치료법이 발전하고, 좋은 신약이 개발된 것도 크게 도움이 됐다.”
재발될 확률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30%가 재발한다. 그런데 유방암은 여타 암과는 재발 양상이 다르다. 보통 암 치료 후 몇 년 내에 재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방암은 완치판정을 받고도 5년, 10년, 20년 후 뜬금없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치료 후에도 늘 관심을 쏟고 관리해야 한다.”
재발 환자의 치료법은 뭔가.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예후가 달라질 수 있나.
“유방암이 재발하면 보통 다른 곳에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이런 경우 치료가 쉽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항암·호르몬·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다. 뼈나 림프절에만 전이됐다면 5년 이상 생존(의학적으로 5년 이상 생존 시 ‘완치’라고 판정)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엔 생존기간 연장 못지않게 삶의 질을 유지시키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재발된 환자 중에서는 머리카락이 빠지고 통증이 심해 항암 치료 부작용을 두려워하면서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몇 년 새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가 높은 신약(단일치료제 등)이 많이 나왔다. 요즘엔 직장에 다니거나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치료를 받는 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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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에는 복합요법과 단일요법이 있다던데, 설명해 달라.
“복합요법은 여러 항암제를 동시에 사용하고, 단일요법은 한 가지 항암제를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복합요법은 여러 약제를 사용하는 만큼 환자 몸에 무리가 간다. 체력 소모도 심하고 부작용도 많이 나타난다. 그래도 여러 약을 쓰면 효과가 더 좋을 것 같아서 선호했는데, 최근에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좋은 신약들이 나오면서 단일요법을 많이 쓰는 추세다. 복합요법과 비교해 치료 효과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은데 부작용은 훨씬 적다.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일요법에 쓰이는 신약은 보험 적용에 제한이 있어 환자 부담이 크다.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가 충분히 밝혀진 약제는 초기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보험 급여가 적용됐으면 한다.”
원자력병원은 최초 항암방사선치료를 시작한 병원이고, 암 치료의 강자로 평가받는다. 유방암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우리 병원의 유방암센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본다(병상 수 대비 기준). 전국 각지에서 우리 센터를 찾아 치료를 받으러 온다. 우리는 표준화된 진료 지침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치료의 성패를 가른다고 본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가장 알맞은 치료법을 적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난치성 유방암 환자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방암 예방을 위해 충고하고 싶은 사항은.
“유방암은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실제로 90%의 환자가 완치되고 있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지 말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재발된 경우에도 민간요법에 의존하지 말고 적극 치료해야 한다. 또 30대부터는 자가 검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촉진(觸診)을 통해 초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꽤 있다. 40대 이후부터는 1년에 한번씩 X선 및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유방암학회 차기 이사장 노우철 원자력병원장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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