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여성암이다. 최근 20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 다행히 조기 검진율이 높아져 완치 환자가 늘고 있지만 문제는 재발이다. 유방암은 다른 암과 달리 완치 판정(5년 동안 재발 안 된 경우)을 받은 뒤 10년 후, 20년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학회 차기 이사장인 노우철 원자력병원장에게 유방암 치료와 재발 방지 방안을 물었다.
- 우리나라에서 유방암 환자가 왜 이렇게 급증하나. 어떤 원인이 있나.
-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위험이 올라간다. 에스트로겐은 생리 시작 후 본격적으로 분비되는데 요즘 아이들은 성조숙증으로 초경이 일찍 시작된다. 또 임신과 수유 기간 동안엔 생리를 하지 않아 에스트로겐에 노출되지 않는다. 예전엔 아이 두셋을 낳아 4~6년 동안은 에스트로겐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하나만 낳는 여성이 많아져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그만큼 길어졌다. 기름진 서구식 음식, 음주 등도 에스트로겐 분비를 촉진시켜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
- 다행히 조기 검진율은 높아지고 있다. 완치율도 그만큼 높나.
- “그렇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유방암 예방·홍보 캠페인(핑크리본 캠페인) 덕분에 조기 검진하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환자 중 약 90%가 질환 초기인 0~2기에 발견된다. 유방암이 일찍 발견되면 다른 곳에 전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만큼 완치율도 높다. 전체 유방암 완치율은 91.5%를 기록해 미국 89.2%, 일본 89.1%보다 높은 수준이다. 10년 새 한국의 유방암 치료법이 발전하고, 좋은 신약이 개발된 것도 크게 도움이 됐다.”
- 재발될 확률은.
-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30%가 재발한다. 그런데 유방암은 여타 암과는 재발 양상이 다르다. 보통 암 치료 후 몇 년 내에 재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방암은 완치판정을 받고도 5년, 10년, 20년 후 뜬금없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치료 후에도 늘 관심을 쏟고 관리해야 한다.”
- 재발 환자의 치료법은 뭔가.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예후가 달라질 수 있나.
- “유방암이 재발하면 보통 다른 곳에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이런 경우 치료가 쉽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항암·호르몬·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다. 뼈나 림프절에만 전이됐다면 5년 이상 생존(의학적으로 5년 이상 생존 시 ‘완치’라고 판정)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엔 생존기간 연장 못지않게 삶의 질을 유지시키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재발된 환자 중에서는 머리카락이 빠지고 통증이 심해 항암 치료 부작용을 두려워하면서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몇 년 새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가 높은 신약(단일치료제 등)이 많이 나왔다. 요즘엔 직장에 다니거나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치료를 받는 분이 많다.”
- 항암치료에는 복합요법과 단일요법이 있다던데, 설명해 달라.
- “복합요법은 여러 항암제를 동시에 사용하고, 단일요법은 한 가지 항암제를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복합요법은 여러 약제를 사용하는 만큼 환자 몸에 무리가 간다. 체력 소모도 심하고 부작용도 많이 나타난다. 그래도 여러 약을 쓰면 효과가 더 좋을 것 같아서 선호했는데, 최근에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좋은 신약들이 나오면서 단일요법을 많이 쓰는 추세다. 복합요법과 비교해 치료 효과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은데 부작용은 훨씬 적다.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일요법에 쓰이는 신약은 보험 적용에 제한이 있어 환자 부담이 크다.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가 충분히 밝혀진 약제는 초기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보험 급여가 적용됐으면 한다.”
- 원자력병원은 최초 항암방사선치료를 시작한 병원이고, 암 치료의 강자로 평가받는다. 유방암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 “우리 병원의 유방암센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본다(병상 수 대비 기준). 전국 각지에서 우리 센터를 찾아 치료를 받으러 온다. 우리는 표준화된 진료 지침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치료의 성패를 가른다고 본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가장 알맞은 치료법을 적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난치성 유방암 환자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유방암 예방을 위해 충고하고 싶은 사항은.
- “유방암은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실제로 90%의 환자가 완치되고 있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지 말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재발된 경우에도 민간요법에 의존하지 말고 적극 치료해야 한다. 또 30대부터는 자가 검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촉진(觸診)을 통해 초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꽤 있다. 40대 이후부터는 1년에 한번씩 X선 및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유방암학회 차기 이사장 노우철 원자력병원장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