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정말 뒤숭숭합니다. 건국대 사태가 그렇고 북괴의 금강산댐 문제도 그렇고 국회도 어수선하고…. 게다가 무슨 「조치설」「위기설」따위의 루머도 많아 정국이 어디로 가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군요.
-현역 의원이 회기 중에 구속되는 등 파란 많던 국회의 대 정부 질문은 어렵사리 끝났읍니다만 국회의 남은 회기에 대한 전망도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국회는 이달부터는 예결위·상위활동에 들어가는데 어느 정도의 파란은 있겠으나 대체로 정상 운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정당으로서는 예산안 처리의 부담이 있는데다가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일단「국회운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견지할 필요가 있고, 이는 특히 노태우 대표 위원의 리더십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면 더욱 그렇죠. 또 신민당도 현재 「위기설」이 나도는 판에 「어떤 구실」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상임위 예결위 정도는 굴려야 한다는데 여야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봐야죠.
-그렇다면 국회 헌특도 일단 재개될 수 있을까요.
-민정·신민당 모두 헌특에서 일이 매듭지어지리라고는 보지 않으나 이곳을 한번도 거치지 않고「최종지점」으로 달려간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은 갖고있죠.
-특히 최근 여권의 강경 방침에 따른 「한기 대피소」로서 헌특의 필요성을 신민당이 느끼게됨에 따라 비록 동상이몽이지만 제한적으로는 정상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거기서 어떤 중요한 진전이 있기는 어렵겠지만 말이죠.
-민정당은 헌특 정상화의 매개물로 선거법을 가장 긴요한 수단으로 간주, 「신주 모시듯」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정국이 선거법 협상으로 진입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개헌 논의에 진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국회전망이 비교적 「낙관적」인데는 결국「위기감」때문인데 신민당 내에는 여권의 내각책임제 개헌안 강행 처리설이 파다합니다. 정부·여당이 종국에는 내각 제안을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킬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문제는 그 시기가 언제일 것이냐는 건데, 이민우 총재나 동교동계는 대체로 이번 정기 국회를 고비로 보고 있고 상도동계는 이번 국회는 넘길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이번 국회를 고비로 보는 측은 내년 1, 2월중 국민투표까지를 연결지어 전망하고 있는데 88년의 「행사」를 위해선 치유기를 가능한 한 충분히 확보하려할 것이 분명하며 학생들의 방학 기간을 놓칠리가 없을 것이란 나름대로의 분석이죠. 상도동계는 아직 강행처리에 대한 준비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금년내는 아닌 모양이라고 보고있어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유성환 의원 구속 이후 계속되는 당국의 강경 처방을 심상치 않게 지켜보며 모두들 자신을 향해 서서히 죄어오는 유형 무형의 중압감을 실감하고 있는 눈치들입니다. 이 때문에 근거 없는 「×월×일설」등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해요.
-의원들간에는 일련의 조치가 1단계로 동교·상도 양 진영은 물론 의원 몇 명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전망을 하는 이도 있읍니다.
-그러나 최근 여권에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정국 운영 3원칙」이라는게 있다는 말이 있어요. 그것은 △현재의 여야 관계를 끌고 가는데 까지는 끌고간다 △ 「힘」의 사용 없이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의해 최선을 다한다 △참을 수 있는데 까지 참는다라는 것이죠.
-정말 그럴듯한 얘기군요. 여권의 입장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야당가에서는 한때 신임 주한 미 대사가 부임하는 오는 14일 이전에 무슨 일이 있다는 따위의 얘기도 있었으나 이는 거의 소멸된 상태이고 이제는 12월초에 국회가 예산처리를 제대로 못 할 테니까 이때를 택해서 한다는 설도 있죠.
-또 하나는 회기 중에 하면 유성환 의원 때 겪은 것처럼「곤란한 점」이 많아 회기가 끝나고 내년 1월에 한다는 설도 있읍니다.
-신민당의 집안 사정도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잖아요. 무엇보다 위기설과 관련하여 정풍파의 등장이 관심을 끌고 있읍니다.
-정풍파는 표면적으론 지나친 계보중심의 정치 지양과 당의 민주적인 운영을 주장하고 두 김씨를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들의 정치적 목적에 대해 어떤 이는 앞으로 있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정계 개편에 대비한 움직임이라고 보더군요. 다시 말해 두 김씨와 다른 독자적인 야당 내 세력권의 형성을 목표로 한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의 움직임을 놓고 외생이냐 자생이냐는 설도 분분합니다.
-이들은 당내 소속 의원 중 50여명이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만 주류측은 20명 안팎정도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가에 위기의식이 한층 팽배해지고 외풍이 더욱 차가와 지면 정풍파의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두 김씨로서는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민정당 측에서는 정풍파의 등장으로 신민당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은근히 기대감을 보이는 눈치도 있어요.
-이런 정국 탓인지 지난번 김경원 주미 대사의 돌연한 귀국과 「시거」미 국무성 차관보의 방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억측이 있더군요.
-김 대사 본인은 『오래 전에 이미 예정됐던 것』이고 미의회도 끝나 한번 귀국할 적절한 시기라 귀국했다는 얘기더군요.
-그러나 「워커」대사의 20년 후퇴설과 겹쳐 논란이 된 자신의 10년 후퇴설을 해명하기 위해 온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던데요.
-소식통들은 전문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얘기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과 우리측이 미측에 할 얘기를 듣고 갈 필요성, 또는 미측이 우리측에 전하는 얘기가 있었을 가능성 등을 추측하더군요.
-김 대사가 귀국 중 노태우 대표 위원 등 정치인들도 많이 만났지만 실은 오히려 경제계인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따라서 미측의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귀국하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있어요.
-「시거」차관보의 방한에 대해서도 관례적일 뿐이라는 당국자의 설명입니다. 취임초에 인사도하고 현지사정도 익힐 겸 담당지역에 대한 자료수집여행(facts finding trip)을 한답니다. 이에 따라 「시거」차관보 (3월에 취임) 도 이번에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국의 아·태 지역 재외공관장회의에 이어 중공 (2일), 일본 (4일) 을 거쳐 6일 우리 나라를 방문하는 것이라는 얘기죠.
-그러나 때가 때이고 그가 방한해 야당지도자들도 만난다는 점에서 모종 메시지 전달설도 꾸준히 나와요.
-이렇게 위기설이 나돌고 범상한 일도 정국전개에 연계, 해석하는 등 뒤숭숭한 것은 기본적으로 합의 개헌 여부가 지극히 불투명해져가는데 원인이 있는 것 같아요.
「민정당은 신민당과 재야의 분리작업에 강경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박차를 가하면서 △「공명정대한 선거법」의 수용 △야당 의원들에 대한 개별적 「설득」 등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대개 비관적인 견해가 많더군요.
-다만 김영삼 고문이 △헌특 활동은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한 점 △헌특 재개의 조건으로 대통령 직선제 대신 선택적 국민 투표 제의를 걸고있는 점을 「진일보」했다고 보는 당직자도 있으나 그 역시 결국은 잘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더군요.
-신민당 일각에서는 여권이 용공 세력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면서 야권을 밀어붙이고, 이 와중에서 「파국론」이 등장할 때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소리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민정당에서는 파국론을 넌지시 띄우기도 해요.
-어쨌든 합의 개헌은 어렵다고 보는 게 대세인 것 같아요.
-민정당내에는 『어차피 할 것이면 빨리 하는 게 후유증도 축소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연내 개헌 강행설이 있고, 『좀더 협상할 시간은 남아있다』는 생각에서 내년 봄설이 있죠.
-그러나 신민당 일부에서는 『민정당이 연내에 처리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읍니다.
-결국 오리무중의 정국인데 여야 정치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 경륜을 갖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정리=안희창·이재학 기자>정리=안희창·이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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