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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입국 자녀’ 나타샤를 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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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채승기
채승기 기자 중앙일보 기자
오상민
오상민 기자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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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승기
사회2부 기자

“그새 두 명이 더 늘었어요.” 지난 11일 충남 아산시 신창초등학교의 김한솔 교사가 말했다. 중도입국 자녀 문제를 취재하려고 처음 이 학교에 간 것은 지난달 28일이었다. 그때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중도입국 자녀는 35명이었다. 2주가 채 안 되는 사이에 두 명이 더 학교로 왔다는 얘기다. 신창초 교사들은 올해 말에는 그 수가 60명쯤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교생(420명)의 14%에 해당한다.

중도입국 자녀는 결혼이민자가 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아이를 국내로 데려오거나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 오면서 데리고 온 청소년이다. 정부는 현재 국내에 1만2000명 안팎의 중도입국 자녀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에서 오는 이주자가 계속 늘고 있어 이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 사회는 이들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신창초의 경우 통역이 가능한 교원이나 직원이 없어 구글 번역기로 아이들과 소통한다. 하루에 한 시간씩 아이들을 위해 계약직 교사가 한국어 수업을 하는 게 이들의 적응을 위한 교육의 전부다. 수업을 알아들을 수 없는 아이들은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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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의 신창초등학교에서 지난달 30일 중도입국 자녀 학생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사진 오상민 기자]

그래도 학교에 오는 아이들의 상황은 좋은 편이다. 부모가 방법을 몰라서 또는 무관심해서 학교 밖에 머무는 아이들이 절반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실태는 파악조차 안 된다. 학교에 갔다가도 적응을 못해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이런 학교 밖 중도입국 자녀들은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의 PC방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온종일 앉아서 게임만 하며 시간을 보낸다. 딱 봐도 학교에 있어야 할 앳된 얼굴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왜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밖을 떠도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는 별로 관심이 없다. 외국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일쑤다. 서울 대림동에서 만난 한 PC방 주인도 “아침부터 찾아온 중국인 초등학생에게 ‘학교에 가야지’ 하면 ‘아프다’고 핑계를 댄다”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러시아에서 온 중도입국 자녀 나타샤(12·가명)는 학교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단칸방에서 게임만 한다. 또래 아이들이 누리는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친구도 없다. 그럼에도 나타샤는 “한국이 좋다”면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중도입국 자녀 문제를 계속 방관할 수는 없다. 이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부적응은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그런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들이 계속 사회 주변부에서 떠돌게 두면 시한폭탄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나타샤를 학교로 보내야 한다. 그의 권리이고, 우리 모두의 책무다.

글=채승기 사회2부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