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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가는 버스 타보셨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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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함종선 기자 중앙일보 건설부동산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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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
사회1부 기자

서울과 인천공항을 오가는 공항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기자는 버스 요금이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기종의 28인승 버스를 비교해봤다. 서울과 인천공항을 잇는 공항버스의 ㎞당 요금은 우등고속버스나 시외버스의 3배였다. 이런 사실이 기사화되자 공항버스 요금이 비싸다는 데 공감을 표시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공항버스 면허를 내준 서울시가 나서서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공항버스가 승객을 몇 명 안 태운 채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버스 사업자의 수익성을 고려할 때 지금의 요금은 적정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실제로 텅텅 비어 운행하는 공항버스를 만석으로 운행하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지역 공항버스 1위 사업자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자료를 보자.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0%이며, 이는 고속버스 1위 사업자인 금호고속의 영업이익률(12%)보다 훨씬 높고 국내 1위 회사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13%)을 웃돈다. 이 버스회사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요금이 빈자리의 손해를 채우고도 남는다고 추정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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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런 요금은 서울시가 보장해준 것이다. 서울시는 공항버스 사업자에게 한정면허를 부여해 요금을 사업자가 정하도록 허용했다. 한정면허란 교통 수요가 불규칙해 일반 노선버스 운행이 어려운 곳의 운송사업자에게 발급하는 면허를 말한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받아야 하는 일반면허와는 다르다. 인천공항이 개항된 2001년만 하더라도 교통수요 예측이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울시가 공항버스 사업자에게 한정면허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해마다 인천공항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 담당자들은 “당장 요금인하를 권고할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사정은 다르다. 남경필 도지사는 최근 경기연구원이 시행한 ‘공항버스 노선별 원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달 중에 공항버스 사업자들에게 요금 자율인하를 권고하거나 개선명령을 할 계획이다. 또 도지사가 앞장서 도가 직접 공항버스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기 지역과 인천공항을 잇는 공항버스의 요금은 ㎞당 130~160원으로 서울~인천공항 노선보다 가격이 싼데도 요금 문제에 적극적으로 매달린다. 서울시도 서울 시민이 필요 이상의 많은 돈을 내고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건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 공항버스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만큼 한정면허를 일반면허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함종선 사회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