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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 도시 상류층에 많다|연세대 의대서. 환경·증상조사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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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생활과 교육수준이 높은 도시계층일수록 노이로제 등 신경증이 빈발하고, 이에 따라 소화기·심혈관계 증세 등 복합적인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비율도 높다.
이 같은 조사는 연세대 의대 이호영 교수 팀 (정신과)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영동세브란스·신촌 세브란스 및 강화병원에 내원 한 신경증 환자 1백579명과 정상대조군 1백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 환경과 신경증적 증상간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 결과에서 나온 것.
병원별 내원 환자의 각종 긴장요소 감지빈도 (증상전기인 긴장을 자주 느끼는 정도)를 보면 영동-신촌-강화의 비율이 5대3대2로 지역별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병원별 내원 환자의 생활 및 교육수준 조사에 따르면 ▲영동세브란스병원=생활수준중상·고교졸업 이상자 87% ▲신촌세브란스병원=중상서 하까지 다양·80% ▲강화병원=하·30%로 생활수준과 교육수준이 월등한 영동지역의 환자들이 강화지역보다 심한 정신적 긴장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특히 업무와 가사 등 일에 관련된 긴장도의 경우 영동지역 환자들이 강화지역보다 3배 이상이어서 일 때문에 비롯되는 현대 도시인들의 신경증세가 심각한 것으로 평가됐다.
도시 중산층 이상에 정신적 긴장 부담을 주는 요소를 빈도별로 살펴보면①사회 문화적인 요소 (19·5%) ②10대 청소년 양육(17· 3%) ③가족의 확대 ④유아양육의 순이었는데 ①은 이웃이 자신보다 잘 살거나 우위에 있을 때 느끼는 열등감 ②는 10대 자녀의 올바른 성장과 진학 등을 우려함으로써 느끼는 가족간의 긴장 ③은 부모나 동기간과의 동거에 따르는 갈등④는 어린아이를 기르는데서 오는 불안요소 등으로 현대 도시인들의 압박요소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긴장요소로 인해 나타나는 각종 증상호소도 도시 중산층이상 계층이 농촌거주 계층보다 평균 1·4배나 됐고, 특히 분노와 적개심은 1· 7배에 달했다.
신경증세를 호소하는 계층은 여성이 59·9%로 남성보다 많았고 30대가 전체의 37%를 차지해 30대 여성층에서의 노이로제적 신경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정신신경 증세 이외에 위장·심장 등의 육체적 고통을 함께 호소하는 비율도 높게 나타나 (신촌 42%, 영동 39·9%,강화 31·9%) 복합적인 증세를 보였는데 이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우리 나라의 신경증 환자들만의 독특한 추세』 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서양의 경우 우울증이나 강박증 등 어느 특정한 신경증세 하나만을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신경증상 자체가 복합적인데다가 육체적 고통까지 추가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자신의 증상을 주위에 구체적으로 알려 합리화시키려는 심리적 바탕이 내재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제생활의 개선과 교육수준의 향상이 급격하게 진행되는데 반해 가정의 기능과 구성원간의 이해 및 만족도는 오히려 악화돼가고 있는 도시중산층의 환경패턴이 이 같은 양상을 초래했다』 고 진단하고 『가족 구성원간의 대화와 모임의 기회를 늘려 긴장의 충격을 해소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강조했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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