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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싶남·낄끼빠빠…청소년 은어사전 만든 대구 경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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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은어사전』을 만든 김병우 대구 중부경찰서 경장.

가싶남(가지고 싶을 만큼 매력있는 남자)·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아벌구(입만 열면 거짓말)….

청소년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이용 학생이 늘면서 생겨난 은어다. 이런 단어를 쓰거나 카카오톡에 올리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뜻을 물어볼 곳도 없다.

청소년들이 즐겨쓰는 은어를 조사해서 『청소년 은어사전』을 만든 경찰관이 있다. 주인공은 김병우(36) 대구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장이다. 김 경장은 청소년들이 쓰는 욕설과 줄임말·게임 용어 442개를 찾아 뜻과 예문을 82쪽 분량의 책자에 담았다. ㄱㄴㄷ순으로 정리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전에는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누물보(누구 물어보신 분) 같은 370개의 줄임말과 만렙(滿(만)과 Level(단계)의 합성어)같은 24개의 게임 용어, 18색크레파스(욕설) 같은 48개의 욕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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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은어사전』

그는 사전을 만들기 위해 한 달여 동안 대구 중구의 20개 초·중·고등학생을 찾아다니며 조사를 했다. 학생들에게 메일을 받고 설문조사도 했다. 퇴근 후에는 청소년들이 많이 접속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인터넷 은어도 따로 파악했다.

김 경장은 “퇴근길 버스를 타고 가는데 교복 입은 학생들이 은어로 빠르게 말을 했다. 들어보니 욕설 같았다”며 “학교폭력 징후 등을 알기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은어의 뜻을 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사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경장은 분기별로 한 번씩 새로운 은어를 조사해 사전 내용을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청소년 은어사전』은 대구 중부경찰서가 학교폭력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1차로 500부를 제작해 이달 중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지역 학부모에게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사진 대구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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