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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권익위 이기주의 참사” 권익위 “협의해 놓고 남탓, 황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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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정무위 여야 간사로 ‘김영란법’ 제정을 주도했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왼쪽),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권익위가 자의적인 유권해석으로 혼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중앙포토]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과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똑같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제정에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용태 의원은 “(김영란법) 제정 당시 시행 과정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정밀하게 법안 심사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고 김기식 전 의원은 “당시 문제점들을 알고 반대했지만 정치적으로 입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보름째인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두 사람은 2015년 3월 법률 제정 당시 국회 정무위 여야 간사였다.

법 제정 당시 여당 간사 김용태
“권익위, 직접적 직무관련성 만들어
카네이션·김밥까지 금지시켰다”
권익위는 “카네이션 불허” 되풀이
김기식 “문제점 알고 있었지만
정치적 입법할 수밖에 없었다”

김용태 의원은 국민권익위가 ‘김영란법 해설집’ 등 유권해석을 근거로 스승의날 카네이션과 수업 중 캔커피, 운동회의 김밥까지 금지하면서 발생한 혼란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권익위가 ‘교사와 학생 관계’ 등 법률에 존재하지 않는 ‘직접적 직무관련성’이란 새 개념을 창조해 국가적 혼란을 초래했다”며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권익위의 권한을 확대하려는 조직이기주의가 만든 참사”라고 주장했다.

권익위의 ‘직접적 직무관련성’ 개념이 왜 문제인가.
“법률은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인 경우 직무와 관련이 있더라도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식대·선물·경조사비 각각 3만·5만·10만원 이하)에서 허용하도록 했는데 권익위가 직접적 직무관련성이란 개념을 새로 만들어 처벌 대상을 확대했다. 법률 근거 없는 개념은 바로 폐지해야 한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공무원 행동강령’을 근거로 들었다.
“공무원 행동강령 어디에도 ‘직접적 직무관련’이란 표현이 안 나온다.”
교육은 워낙 공공성이 강해서라는데.
“입법·사법은 공공성이 약하고 청렴 요구가 낮은 분야인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캔커피를 줬다고 처벌할 수 있느냐’고 하자 성 위원장은 ‘고발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처벌가치가 적어 법원에서 처벌을 못할 거다’며 모순적이고 무책임한 답변을 했다.”

김용태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부패 관행을 일소하기 위해 원안대로 제정하라는 국민 여론이 강해 직무관련자 범위 등 중요한 사항을 정부 시행령에 위임해 벌어진 일”이라며 “국민 상식에 동떨어진 혼란은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식 전 의원은 “공무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국민의 정당한 민원도 부정청탁으로 금지한 점 등을 반대했지만 당시 대통령과 여야 모두 강경 일변도 분위기여서 정치적으로 입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회 심사 때 제일 논란이 된 게 어떤 점인가.
“권익위가 법률의 위임 범위보다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위험성을 의원들이 지적했다. 당시 이성보 권익위원장은 ‘매우 엄밀하게 좁게 하겠다’고 몇 번씩 답변했다. 지금 와서 법원이 문제제기를 할 정도로 권익위가 확대 해석을 통해 무소불위로 권력을 행사하고 판관같이 대한민국을 재단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굉장히 문제다.”
왜 이런 혼란이 발생했다고 보나.
“법률 제정 후 1년2개월 동안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을 기다리면서 놀다가 시행 한 달 전에야 시행령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권익위의 유권해석에서 적용 대상부터 혼란과 모순이 발생하고 김영란법이 조기에 정착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영란법을 바꿔야 하나.
“1차적으로 권익위의 유권해석이 초래한 혼란부터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필요하면 정부가 일부 시행령부터 보완해야 한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조장할 수 있는 부분은 재검토해야 한다.”

권익위는 이날 두 사람의 주장에 대해 “명백한 이해관계가 있어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것이 예상되는 관계에 있는 경우, 즉 직접적 직무관련자의 경우에는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부조의 목적이 인정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권익위는 “교사와 학부모의 경우 상시적으로 지도·평가 등의 관계에 있어 가액기준 내의 카네이션도 허용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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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고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만들 때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 목적일 경우 가액 내에서 선물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한다’는 조항을 넣어 놓았기 때문에 권익위가 이를 실제 적용하기 위해선 직접적 직무관련성 개념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의원들과 권익위가 같이 협의한 내용을 이제 와서 권익위가 마음대로 해석했다며 남 탓만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글=정효식·이지상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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