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배기 못 살린 병원 3곳, 응급·외상센터 자격 박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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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센터 문제점을 지적한 중앙일보 10월 10일자 1면.

두 살배기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전북대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남대·을지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권역응급 및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군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 전북 전주의 한 횡단보도에서 후진하던 견인차에 치여 중증외상을 입었으나 수술을 받지 못해 약 12시간 만에 숨졌다. 김군이 처음 이송된 전북대병원은 “빈 수술실이 없다”며 다른 데로 보냈고, 전남대·을지대병원은 김군을 받는 것을 거부했다. <중앙일보 10월 8일자 30면, 10일자 1면>

복지부 “엄정한 조치” 20일 확정
매년 14억 운영비 등 지원 중단
“전북대, 비상진료 체계 작동 안 해
환자 거부한 전남대·을지대도 문제”

보건복지부는 11일 전문가 회의를 열어 김군 사망사건을 검토했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 후 “세 병원의 응급·외상센터 지정 취소를 포함한 엄정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종 방침은 20일 중앙응급의료위원회(위원장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결정한다. 두 개 병원이 2003년과 2013년 인력·시설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당한 적이 있지만 진료 부실을 이유로 그런 적은 없었다. 권역응급센터는 중증응급환자를 24시간 내에 치료하는 역할을 하며 전국 20개 대형 대학병원에 있다.

이날 전문가 회의에는 응급의학과·외상외과·정형외과 전문의, 국립중앙의료원 현장조사팀 등 11명이 참석했다. 두 차례 현지조사 자료를 토대로 전북대병원 관계자를 불러 당시 상황을 따졌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6~7일과 10일 두 차례 현지조사를 벌였다.

지금까지 조사에서 전북대병원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전문의를 급히 호출하는 비상진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다른 병원을 알아볼 때 책임자와 접촉해 환자 정보를 정확히 제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또 다른 데로 김군을 보내지 않고 직접 수술했어야 하는데 이송을 결정했다. 전북대병원은 당시 수술실 두 곳이 차 있다는 이유로 김군이 응급실에 이송된 지 15분 만에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런 점을 감안해 전북대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북대병원을 취소하면 전북의 다른 종합병원을 신규 지정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김군을 받기를 거부한 전남대·을지대 권역외상센터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두 병원이 전북대와 가까워 김군을 빨리 받았어야 했고, 권역외상센터인데도 김군 같은 중증외상 환자를 받지 않은 게 적절한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전남대는 “미세수술을 할 전문의가 없다”며, 을지대는 “수술 중”이라며 김군을 받지 않았다. 외상센터가 취소되면 다른 병원을 새로 지정하게 된다. 두 병원에 외상센터가 처음 들어설 때 시설·장비 비용으로 각각 80억원이 지원됐고, 매년 14억원씩 운영비가 나갔다.

정부는 해당 의료기관 조치가 끝나면 관련 학회 의견을 수렴해 응급의료 체계 개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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