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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도 철학 가르친다|국교교사·사회단체서 교육·강좌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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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린이도 철학 할 수 있으며 또 해야한다는 소리가 높아지면서 국민학교 교사들과 사회단체가 어린이 철학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곳은 4백여 명의 회원 대다수가 현직 교사 또는 교수인 서울교육대학 철학연구 동문회 부설 「어린이를 위한 철학연구소」. 이밖에 서울 YMCA도 지난 7일부터 국민학교 어린이 대상의 철학교육을 시작했다.
어린이다운 궁금증이나 생각들도 얼마든지 철학적 사고훈련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믿는 교사들은 「철학이란 매우 추상적이고 어려워서 어린이들은 할 수 없는 것」이란 통념을 깨고자 여러모로 애쓴다.
「어린이를 위한 철학연구소」회원인 서울 방배국민학교 남철우 교사의 경우 산수 시간에 문제를 잘못 푼 어린이에게『틀린 답을 말했으니까 거짓말 장이군』하고 짐짓 농담을 한다. 그러면 어린이들은 『선생님, 공부를 못하면 거짓말장이가 됩니까?』 라는 질문을 시작해서 활발한 토론을 벌이게된다. 결국 의도적으로 꾸며서 말한 게 아니면 실수나 잘못일 뿐 거짓말은 아니라는 결론을 스스로 찾아내게 된다.
또「귀신이 정말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됐을 때 어린이들이 토론을 벌이게 하거나 각자의 생각을 글로 써 보게도 한다.
간식 시간에 사과를 먹는 어린이에게 『그 사과가 살았다고 생각하니?』 라고 물어서 어린이 들이 생명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보도록 자극하는 것도 철학교육의 한 방법.
이런 종류의 철학적 사고훈련에 대해 어린이들도 매우 흥미를 보인다며 『지적 호기심을 키우는데 매우 효과적』 이라고 남 교사는 말한다.
지난 7일부터 2주일에 한번씩 Y회원 어린이들에게 철학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한 서울YMCA는 87년부터 일반 어린이들에게도 철학교육을 확대할 예정. 이 프로그램을 맡은 김룡무 간사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조리 있게 자기 뜻을 표현하며 상대방의 얘기에 진지하게 귀기울이는 자세는 민주시민의 자질과 지도력을 키우는 밑바탕이므로 어린이를 위한 모든 프로그램에 철학교육을 도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어린이를 의한 철학연구소」 박민규씨는 『자기 생각 없이 남의 생각만 갖게 하는 주입식 일변도의 요즘 교육실정에서는 철학적 사고훈련이 거의 불가능하다.』 면서『조기 영 재교육의 핵심도 철학척 사고의 싹인 어린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 이라고 강조한다.
박씨는 10여 년 전부터 어린이 철학교육을 펴온 미국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찍부터 철학 교육을 받은 집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점점 높아졌다고 밝힌다.
가정에서는 일상적 대화를 통해 다양한 문제해결 방식과 그 대안의 근거 등을 생각해보는 태도를 길러주려면 부모가『따지지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식으로 윽박지르거나 『숙제나 하렴』 하고 말머리를 돌려버리지 말고 진지한 토론자가 되어줘야 한다는 것.
철학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자 서울·수원·대전 등지의 어머니 모임에서 이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늘고있다고 전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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