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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소비의 주역 "여성고객을 잡아라"|업계의 판매전략과 실태를 알아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여행|생활수준 높아져 행락열기|거대한 시장…상품개발 한창|단체·계모임에 선물공세 등 판촉활발>
『가을의 정취를 가족과 함께 고도 경주에서!』『바다와 낙엽과 온천이 있는 설악산으로.』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관광여행사의 여행권유 캐치플레이즈들.
국내 1백여 관광회사들은 10월 연휴, 연중 최고의 금쪼가리 같은 여행시즌을 아시안게임의 열기속에 허송한후 만회작전에 안간힘을 다하고있다.
이들 여행사들의 우선의 판촉대상은 여성. 10여년래로 국내의 여행패턴이 종래의 남성중심에서 여성·청소년 중심으로 바뀐데다 4, 5년전부터 서울 등 대도시 중심으로 시작된 가족동반 여행의결정권도 여성이 갖고 있는 때문이라는 것이 세방관광 박봉재이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세방의 경우는 국내관광 고객의 70%가 여성으로 동창계·친목계·가족계 중심의 단체관광이 대부분이고 가족동반여행은 주로 대도시 30, 40대 연령층의 핵가족이라고 한다.
한편 해외여행은 우선 관광목적의 여행이 불가능한 등 여러 이유로 제한이 많지만 최근의 연간출국자 약50만명중 여성의 숫자는 남성이 감소를 보이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늘고있다.
외무부의 여권발급 현황을 보면 81년의 경우는 총35만4천4백61명. 그중 남성이 약80%, 여성은 20%선. 그러나 85년에는 총 발급숫자가 26만명으로 81년에 비해 27%가 줄었다. 남성은 37%가 준 반면 여성은 오히려 14.5%가 늘었다.
여행목적은 주로 친지방문·근친방문·꽃꽂이 등 전시회·성지순례·관광 등이다. 관광목적의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만50세 이상을 대상으로 81년부터 26일간의 세계일주, 7일간의 일본여행 등 국내 10개 여행사가 경쟁적으로 계획, 실시하고 있는 단체관광 프로그램의 고객도 70%이상이 여성이라고 박선협 셋방관광 해외담당부장은 얘기한다.
이처럼 여성들이 관광회사의 주된 고객으로 부상한 이유를『남성에 비해 여가가 많고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경제적 여력이 생긴 때문』이라고 한국관광협회 박한근 여행업무부장은 풀이한다.
사실상 소득의 향상은 여행욕구와 상관관계가 많아 어느 나라건 국민1인당 연간소득 2천달러를 넘기면 행락을 추구한다는 것이 관광업계의 상식. 바로 한국이 이 시점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각 관광회사들은 다양한 프로그램개발과 판촉작전으로 여성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국내관광의 경우는 강화5일장, 밤줍기 관광, 고추·마늘사기관광, 건강여행 등 이 계절따라 열리고 .있으나 아직 크게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레이디스 플랜이라 하여 다도·김치관광 등 취미목적에 따라 프로그램이 크게 다양화·세분화하고 있다는 것이 박봉재씨의 이야기. 한국도 이런 추세를 따라 앞으로 취미·목적별로 세분화가 불가피하리라는 것.
한편 판촉작전 또한 다양하여 ▲계주생일에 케익보내기 ▲여행안내장 우송 ▲해외행사 안내 등으로 신경을 쓴다는 것이 롯데관광 이성철과장의 얘기.
『여행시장은 아직 한국에서는「잠자는 거인」으로 발전가능성이 무제한입니다. 특히 여성들의 해외여행에의 욕구는 대단하여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지면 당분간은「수요가 폭발적일 것 같습니다』는 것이 박선협씨의 얘기.
따라서 여성고객을 위해서는 이미 개발된 여성취향의 프로그램을 더욱 전문화시기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박금옥기자>

<미술품|전시·매장에 주부들 줄이어|기획전·강좌 등 단골 확보전|화랑들 작품보증·감정서 교부 서비스도>
고정수조각전이 열리고 있는 지난 9일하오 서울 인사동 선화랑.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휴일 오후인데도 두셋씩 짝을 지어 전시장을 찾는 여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별히 이해하기 쉬운 인체조각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전시장 관람객은 단연 여성들이지요.』이 화랑대표이자 한국화랑협회장이기도한 김창관씨는 열흘정도 전시되는 각 화랑의 기획전 관람객수는 평균 2만명내외로 그중 8할이 여성이라고 들려준다. 뿐만 아니다. 박물관 대학 수료생중 95%가 여성이며 현대미술아카데미주부란 사실은 미술시장을 여성이 석권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부 문화 호사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오던 골동품이나 그림·조각 등 미술시장에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말.
미술시장에 여성들이 뛰어들게된 데는 △주택구조 △경제권 △시간 △교육 등 4가지가 큰 원인이라는게 미술상들의 공통된 지적. 즉『70년대 후반, 호경기로 인한 경제적 여유, 그리고 아파트건설로 인한 주택구조변화 등은 주부들로 하여금 고가구로 실내를 꾸미는데 관심을 갖게 했다』고 한국고미술협회 유일봉사무국장은 분석한다.
김창관회장은 이러한 현상의 기본적 배경으로 교육을 꼽는다. 즉 남여의 교육수준이 동등하게 높아져 아내에게 재산관리를 믿고 맡길수 있게 됐으며 교육받은 여성들은 집안의 품위도 높이고 자녀 정서교육에도 보탬이 될뿐 아니라 투자가치도 있는 미술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 여성사회교육의 일환으로 미술교육이 활발해짐에 따라 여성들의 미술시장참여는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
이처럼 새로운「큰손님」으로 부상한 여성들을 각자 자기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미술상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편. 게다가 특정 상인만을 계속 상대하는「단골」은 점차 줄어들고 이 가게, 저 가게로 떠돌아다니는「손님」들은 늘어나 더욱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이현숙씨(국제화랑대표)는 말한다.
미술상들이 여성고객 유치를 위해 가장 애용하는 수단은 전시회. 이는 잠재고객을 발굴해내는 기회도 될뿐 아니라 작가유치경쟁(?)에서 화랑과 작가와의 끈을 더욱 단단히 매주는 구실도 한다는 것. 그래서 기획전을 열면 최소 출품작의 3분의1은 팔아야한다는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 연3∼4회의 전시회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드물게 열리긴 하지만 10명 이내의「단골」만을 모아 유명강사를 초빙, 무료강좌를 열어주는 것도 서비스 전략중의하나. 명절때면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는 것은 물론 전시회가 열리기전 미리 캐털로그도 우송하고「특별왕림」을 요청하는 전화도 걸어둔다.
특히「신용」은 미술상의 생명줄. 그래서 각 화랑은 작품보증서도 해주고 일단 자기화랑에서 구입한 것은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교환해주거나 재판매해주며 고미술협회가 감정한 감정증서(감정료는 품목당 5만원)도 교부해주기도 한다.
「30, 40대 주부를 잡아라」-. 오늘도 미술상들은 이 절대명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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