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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글씨는 손전등아닌 특수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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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페회식때 스탠드에 아로새긴 「GOOD BYE」 글자는 손전등 섹션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카드섹션처럼 관중들의 손전등으로 해보려했으나 도저히 효과가 안나타나 공중에서 빛을 비추어서 글자를 만드는 조명효과로 대신했지요. 이를 연습하느라 이틀밤을 꼬박 새웠읍니다.
아시안게임의 개 페회식 총연출을 맡았던 이기하씨(54·연극연출가)는 행사가 완전히 끝난 6일 새벽까지 조바심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좁은 공간의 무대를 벗어나 필드 아트 (Field Art)의 새경지를 개척하려했다는 이씨는 이번행사가 17km를 비추는 탐조등4개·투사거리 82m인 파라이트 2천2백28개등 컴퓨터를 이용한 최첨단조명시설과 관중들에게 나눠준 7만5천개 손전등의 명멸효과에다 출연자 관객이혼연일체가 된점이 특징이었다고 설명했다.
『행사참가인원 1만6천명중 1만3천6백50명이 한복을 맞추었읍니다. 될수있는대로 특성을 살려 의상을 조금씩 변형은 했지만 고유복식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했고 프로그램마다 6∼7차례 권위자의 고증을 받는것이 큰 고역이었지요.』
이씨는 족두리 댕기 부채 청사초롱등 소품 하나하나마다 샘플을 받아 전문가들이 심사하고 안무자들이 재료는 물론 바느질 솜씨까지 일일이 살폈다고 했다.
특히 비가와도 변질되지않도록 옷감이나 염색선정도 최상품(한벌 9만원)으로 했는데 개막식날 비가 내려 싸구려로 했으면 큰일날뻔했다는것.
『댕기머리나 궁중머리 1천여개는 모두 인조가발이지요. 진짜로 보이도록 최상품을 썼고 이를 점검하느라 며칠밤을 새웠읍니다. 바라춤에서도 진짜 바라가 너무 무거워 학생들이 들고 무용을 할수가 없어 가짜를 썼지요.』
학생들이 들고 있었던 바라는 바로 양은 남비뚜껑. 놋쇠색을 새로 칠했지만 소리가 역시 제대로 나지않아아 쉬웠다고 했다.
소품중 가강 애를 먹인것은 개막식때 두드린 큰북. 몇군데 주문을 해봤으나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더라는것. 결국 서울영천동 인간문화재에게 부탁, 한쪽에 소1마리씩 모두 12마리의 가죽으로 6개(1개에4백만원)를 만들었는데 첫날 시험삼아 두드렸을때 몇백m 떨어진 파출소에서 경찰관이 폭발사고가 난줄알고 달려올만큼 소리가 커 안심할수 있었다.
복식문제로 가장 다툼이 많았던것은 개막식때의 취타대. 고증하는 사람마다 의견이 달라 고민끝에 옛날실제로 취타대에서 일했던분을 찾아내 조선시대모습대로 재현한것. 노란옷 하얀 행전 짚세기등을 보고는 품위가 없다는 견해가 많았으나 이씨가 고집해 원형대로 살렸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다만 이날 취타대원이 신은 짚세기는 짚이아니라 가죽으로 만든것.
페회식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의 강강술래로 각국 선수들이 한데 어울러 손을 마주 잡고 원을 그리며 도는 것. 『혹시 중동의 회교국가 선수들이 종교나 사회관습때문에 여자들과 손을 잡는것을꺼릴까봐 우리나라 선수단에 미리 계몽해달라고 요청을 했지요. 처음에는 서먹서먹해하던 외국인들이 흥이 오르자 더욱 열심히 어울러 놀더군요. 혹시나 경기가 끝난 선수들이 여학생들을 껴안을것을 우려해 운동장 가운데는 전문 무용수를 배치하고 학생들은 바깥트랙에만 있도록 배려했읍니다』
이씨는 학생들에게 연꽃 2송이씩을 주어 한송이는 입장하는 선수 중 희망자에게 주고 한송이는 학생들에게 기념으로 갖도록 했었는데 외국 선수들이 꽃은 물론 족두리 한삼(소매깃)까지 빼앗다시피 가져가더라고 했다.
개 페회식때의 장구 부채등 소품과 가발 의상은 기념품으로 참가자들이 갖도록 나누어 주였다.
『개막식때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공수특전단 고공낙하시범은 마침 비가 내려 취소하러 했습니다. 사고가나면 개막식을 망치기 때문에 피가 마를 지경이었읍니다』 고공낙하시범의 가장큰 어려움은 정확한 시간을 맞추는것.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져 공중에 떠있는 2대의 헬리콥터에 10분전 출발을 알리면 경기장을 향해 오다 정확히 착지 5분전에 다시 헬기에 연락하면 점프를 시작토록 되어 있었다는것.
그러나 시범 바로 앞 순서가 조직위원장의 연설(개식사) 이어서 정확히 끝나는 시간을 가늠하기 힘든데다 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몰아쳐 포기상태에까지 이르렀지만 행사의 중요성때문에 강행하지 않을수 없었다.
천우신조로 운동장 상공의 구름이 6천피트 상공(낙하는 지상5천피트 상공)으로 높이 떠줘 사고는 없었지만 바람때문에 5명은 한바퀴 돌고 내리고 5명은 한줄로선을 이뤄 착지토록 한 공중묘기는 못한채 당초 연습과 달리 10명이 같은 동작으로 내리고 말았다. 그래도 낙하시범이 각국 선수단들로부터 가장 많은 찬사를 받았다며 이씨는 목숨을 걸고 뛰어내린 단원들에게 정말 감사할뿐이라고 했다.
『페회식이 너무 여자의 아름다움, 섬세한면을 강조했다는 평이 있더군요.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남자 무용수가 거의 없고 학춤춘 사람이 전부예요. 원래 이별이란 가냘프고 섬세한것 아닙니까. 또 운동장에는 건장한 남자무용수(남자 선수들)가 그득하고』(웃음).
이씨는 대회조직위원회와는 2년전 계약을 맺었는데 월급에 대해서는 『창피할 정도』라고 입을 다물고 『내가 좋아서하는일』이라고 했다.
현재 중앙대 연극영화과 강의도 맡고있으며 부인 권윤자여사(48)와 2남1녀.<권 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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