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주정복 활로 열 것” ICBM 발사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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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71년을 하루 앞둔 9일 평양은 비교적 조용했다. 대규모 열병식이나 중앙보고대회 등을 준비하는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복수의 정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번은 소위 ‘꺾어지는 해(0 또는 5로 끝나는 정주년)’는 아니지만 김정은이 ‘노동당 위원장’ 감투를 쓰고 처음으로 맞는 당 창건일이다. 정부는 이번 당 창건일을 전후해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비 태세를 강화해왔다. 북한이 10년 전인 2006년에 1차 핵실험 강행일로 택한 날도 당 창건일을 하루 앞둔 10월 9일이었다.

오늘 당 창건 71년, 평양은 조용
군, 피스아이 2대 추가 도입하기로

김정은은 10일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로 일정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당 창건 70년을 맞은 지난해 10일 0시를 기해 참모들과 함께 이곳을 참배한 뒤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배낭 부대 등을 대거 등장시킨 열병식에서 육성 연설을 했다.

올해는 대규모 열병식 등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최근 정주년에만 열병식과 중앙보고대회를 열어왔다”며 “ 대규모 행사를 하려면 (평양) 미림비행장 등에서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하는데 이번엔 그런 동향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선 도발 관련 징후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8일자에서 북한이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사실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의지를 밝혔다. 노동신문은 북한 대표가 지난 6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내용을 전하며 "국제 규정에 부합되게 우주정복의 활로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도 8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북한이 구조물을 설치했으나 구체적인 활동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는 “북한은 정치적 이벤트에 도발 캘린더를 맞춰왔다”며 “ 내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식까지 도발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통일전략실장은 "북한이 당 창건일은 이벤트 없이 지나가되 미 대선을 전후해 허를 찌르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비 태세를 바짝 조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주말에도 북한의 핵실험장과 미사일 발사장 주변 동태, 미·중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수시로 보고받으며 대책을 논의했다. 군도 감시 정찰 자산을 대폭 증강 운용하고 있다. RC-800(금강) 등 정찰기 운용 빈도를 평시보다 배 이상 높이고 주한미군 U-2 고공정찰기 출격 횟수도 늘렸다. 군은 또 공중감시레이더를 장착한 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2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전수진·정종문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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