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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의 역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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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18면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미 연준(Fed) 등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렸다. 연준은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다수의 글로벌 중앙은행은 여전히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일부는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연준 위원들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미국에는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고 지적했고,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OJ, ECB, 유럽의 여타 중앙은행 등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저금리 환경에 대한 주된 비판은 은행에 예금한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오히려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자를 받는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은행에 보관 비용을 내는 상황이다.


[수익마진 줄어든 은행들 대출 꺼려]더 중요한 점은 많은 수의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점점 더 낮게 유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치가 아직까지 의미있는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개인과 기관의 예금이 줄고 지출이 늘게 할 수 있다. 예금 상품에 낮은 또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 은행 또한 공격적으로 대출에 나서도록 한다는 것이지만 실현되고 있지는 않다. 주요국에서 막대한 규모의 통화를 공급하고 극도로 낮은 금리를 적용했지만 글로벌 경제는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ECB가 2014년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고, 덴마크·스웨덴·스위스·일본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국가에서는 민간은행이 중앙은행 예치금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고 국채 투자자는 정부에 자금을 대주는 특권의 대가로 비용을 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당초 의도했던 최소한의 핵심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은행의 수익마진이 줄어들고 이는 대출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에 예금하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현금을 안전한 금고에 보관하거나 마루 바닥 밑에 넣어두고 있다. 예금 이외에 투자가 어려운 사람들은 이자소득이 줄어들면서 재정적으로 불이익을 보고 있다고 느낀다.


일반적으로 안전성을 위해 보유하던 국채가 수익을 거의 창출하지 못함에 따라 많은 연금 펀드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저금리 환경이 지속된다면 연금 수급자들에게 연금 지급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관투자자은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성이 있는 채권과 주식으로 투자대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고위험 투자가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면 또 다른 금융시장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불확실성 커져 민간 소비, 기업 투자 감소]이런 상황이 진전된 배경에는 통화 경쟁이라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어느 국가의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찾아 나서면서 해당국의 통화를 기피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재화 및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국 정부는 저금리를 통한 통화 약세를 유도한다. 이에따라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는 통화전쟁, 이른바 ‘근린 궁핍화(beggar-my-neighbor)‘ 정책으로 이어져 정치적인 긴장이 촉발될 수 있다. 당연히 상당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초래될 수 있다.


연준이 마침내 금리를 올리게 될 때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응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러한 금리 차이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여타 중앙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그 정책을 더욱 가속화한다면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파급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전망이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소폭의 금리인상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1% 또는 그 이상으로 금리를 빠르게 인상한다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영향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현재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희망하는 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 정책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돈을 소비자의 주머니에 직접 전달해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불확실한 여건과 비전통적인 부양정책 하에서는 신뢰도가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업계 선두주자들은 현재 위치에 안주하며 투자하기를 꺼린다. 이는 여러 정책이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저금리가 경제성장 둔화를 장기화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수익 추구 움직임으로 더 많은 자금이 고수익 이머징마켓 주식과 채권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게 됐고 초과수익으로 이어졌다. 이런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전통적인 중앙은행 정책에 따른 거시경제 상황의 변동에 주의해야 한다. 아직까지 이런 정책의 중장기적인 결과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크 모비우스템플턴 이머징마켓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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