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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서 「나」로…삶의 질을 높인다.|하이테크사회…우리생활 어떻게 달라질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난 월초의 신문을 보면 1면톱에 『2001년까지 집집마다 단말기 보급』 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우리는 정보화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2000년이 되면 오늘날 우리가 뇌화를 쓰듯 컴퓨터를 쓰게된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되는 상태가 정보화사회에서의 이상적인 생활환경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내가 필요로하는 모든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빨리, 싸게 이용할수 있는 환경』
이것이 바로 그 답이다.
나는 사무실에서나 집에서 단말기(데이터 통신망을 통해서 전세계 수만 컴퓨터와 통신을 주고받을수 있는 개인용 컴퓨터)로 많은 정보를 얻을수 있다.
회사컴퓨터를 불러서 사서함을 열어본다. 그러면 간부사원이 하루 한번씩 사장에게 써야만 하는 전언문들을 읽을수 있다.
어떤 사람은 외부회의에 참석했던 회의록을 넣어 놓았고, 어떤 사람은 보고서를 넣어 놓았으며, 어떤 사람은 사장의 의견을 묻는 편지를 보낸다.
출장갈때 단말기를 들고 가기만하면 전화가 있는 곳에서는 세계 어느 곳엘 가나 회사일을 사무실에 있는 것과 다름없이 볼 수 있다.
내가 통신할수 있는 컴퓨터는 이것뿐 아니고 전세계에 수만개가 된다.
우선 국내의 한 컴퓨터를 불러보자.
단말로 두드리기만 하면 기차시간도 알수 있고 아시안게임의 그날 결과도 알수 있으며 선수 신상도 알수 있다. 11월부터는 증권시세도 알아볼 수 있고 각 금융기관의 이자율도 알게된다.
단말에 앉아. 미국을 부르면 지금 베스트 셀러가 어떤 책인지 알수 있고 크레디트 가드 번호를 대면 그자리에서 온라인으로 책도주문할수 있다. 백과사전을 찾을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처럼 개인용 컴퓨터에 흥미를 갖는 동호인클럽에 연결해 본다.
이 클럽의 게시판을 들여다 보자. 어떤 친구는 자기가 쓰고 있는 중고컴퓨터를 사지 않겠느냐는 광고를 냈고, 어떤 친구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혹시 도와줄 사람이 없느냐고 묻고 있다. 물론 동호인 명부를 열람해보고 그럴싸한 친구에게 사신을 온라인으로 보낼 수도 있다.
이것은 전세계에 있는 동호인이 모두 모이는 클럽에 매일 나가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여기서 최근 정보를 많이 교환할수있고 친구도 사귈수 있다. 자유롭게 교신하는 1만명의 친구가 단번에 생긴 셈이니 이 얼마나 엄청난 횡재인가.
2000년이 되면 그때는 데이터통신 사장이라는 특수한 사람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이 이런 환경을 갖게된다.
앞으로 틀림없이 이렇게 된다는 근거가 두가지 있다.
첫째, 컴퓨터 값이 자꾸 싸지고 있다. 과거 15년에 비교해 컴퓨터값은 10만분의1이 되었다. 자동차도 같은 비례라면 지금 포니한대는 1백원쯤 해야 한다.
2000년에 가면 누구나 TV사는 기분으로 컴퓨터를 살수있게된다.
둘째, 앞으로는 정보를 아주 재치있게 다루는 사람이 무척 많이 늘어난다.
앞사람, 뒷사람, 오른쪽 상점, 왼쪽 회사가 모두 대량의 정보를 잘 요리해서 자꾸 앞서가게 된다.
우선 전화만 해도 그런 경향이있다. 시골에 있는 두 농가의 예를 들겠다. 한 집은 서울 도매상에 전화를 걸어 좋은 값을 받아내는데 반해 그 이웃집은 전화를 안쓴다면 찾아오는 중간상에게 매달릴 수밖에 도리가 없게된다.
지금 교육개혁심의회에서 2000년을 내다보고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을 개혁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근본 가정은 그때도 지금처럼 학교라는 것은 수십개 학급이 들어갈 큰 교사가 있고 넓은 운동장이 있고 한 클라스의 수십명 학생을 상대로 교사가 『학생들 여기봐요』하고 지도한다고 가정해 놓고 시책을 세우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이 이런 모양이 되는 것을 모두 당연한 것으로 알지만 원래는 그런 것이 아니었고 또 앞으로도 그래서는 안된다는게 소삭 의견에 속하는 내 생각이다. 옛날엔 집에서 자기 할아버지에게 배우는 사람도 있었고, 독선생을모셔다 배우는 수도 있었고, 덕망있는 스승에게 다섯명·열명이 가서 배우기도 하였다.
오늘의 교육제도는 산업혁명 이후에 찾아온 대량생산·규격품생산의 산물이다. 경쟁에 이기려면 경제적이어야 하고 그러려니 규격품의 양산체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교육도 이 모양이되었다. 그러나 그게 인간의 본성과 썩 잘 맞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인간은 개성에 맞는 것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집단교육이나 단순반복적인 생산라인에서의 작업은 극히 부자연스런 것이다.
서울거리에 나가 여자들의 옷차림을 보면 이 말이 옳다는 것을 알수 있다. 형형색색 여러가지 모양의 옷들을 입고 다닌다. 교육도 학교라는 테두리를 헐고 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게 다양화해야 한다.
가능한한 사람은 이렇게 하고싶어한다. 앞으로는 컴퓨터가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공장이 컴퓨터로 자동화되기 때문에 프로그램만 바꿔 넣으면 앞으로는 여러가지 제품이 양산에비해 큰 가격 차이 없이 나올수 있다.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게되면 좋은 선생이 될수 있다. 2000년대에 가면 학생은 제 실력에 알맞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서가장 효과적으로 실력을 쌓을수 있게된다. 신문이나 TV도 그렇다.
컴퓨터에 들어있는 전자신문을 보면 원하는 기사만 골라 깊이파고들수가 있고 TV나 비디오텍스, 텔리텍스트를 통해 원하는 시간에 언제나 뉴스를 알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정보를 다루는 시간이 많아지고 정보를 손질하는 직업이 늘어나면 나중에 가서는 정보 자체가 철이나 석유처럼 중요해지고 결국에는 정보가 가장 핵심이 되는 사회가 된다, 이것을 일컬어 정보화사회라고 한다.
정보화사회란 산업사회의 특성인 규격화, 획일화에서 벗어나 개성화되고 다양화되는 사회다.
산업사회는 큰공장을 따라 사람이 모이게 되므로 대도시의 형성을 불가피하게 했다. 그러나 컴퓨터와 통신수단이 발달한 정보화사회에서는 재택근무, TV전화등으로 인해 복잡한 도시를 피하고 전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정보화사회는 필연적으로 생산성이 높고 자원을 효과적으로 쓰고 신속한 정보교환으로 인해 전세계의 가장 값싼 물건을 쓰게될 것이므로 물질적으로 풍족해지고 시간의 여유를 즐기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돈벌이에 아귀다툼을 하는 사람도 적어지고 물질에 대한 가치관도 달라지게된다. 그때 사람들은 보다 차원이 높은 진과 선과 미를 추구하게될 것이다. 고고학책이 많이 읽히고 음악을 즐기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버릇이 잘못 들고 교육을 잘못 받아서 시간과 돈을 주체못하는 딱한 젊은이들이 양산되기 쉽고 국적불명·소속불명의 사이비 인간들이 우글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빛은 그림자를 동반한다. 자동차는 소음과 공해를 낳았고, 원자력은 인류 전멸의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
정보화사회의 그림자는 무엇일까.
정보를 효과적으로 조직·전력화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생긴다.
만일 어떤 대기업이 그 관련업계의 정보망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면 경쟁 중소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그 지배하에 들어갈 위험이 생긴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계화에 적응못하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우리는 이미 날마다 보고 있다. 시골에서 올라온 할머니가 전축을 못만지고 지하철을 겁내는것이 좋은 예다. 컴퓨터 문화에 적응못하는 사람은 장차 뒤로 밀려나는 설움을 당하게 된다. 이때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할머니, 어렵지 않아요. 무서워마세요』
또 정보화사회가 오면 실업자가 늘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많다. 지금까지 선진국의 예를 보면 컴퓨터 때문에 직업을 잃는 사람은 극히 적다. 다만 컴퓨터지식을 아는 사람을 요구하는 새직종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고있을 뿐이다.
프라이버시를 걱정하는 사람도많다. 개인의 비밀을 누가 다 컴퓨터에 넣어놓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조종한다면 그것은 매우기분 나쁜 사회일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시민들은 그런 처지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제동을 거는 법적 장치의 선례는 이미 있다. 우리도 그런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것이다.
정보화사회에 대한 걱정은 이밖에도 한이 없다. 전기가 나가면 도시가 마비되는 것처럼 컴퓨터가 서면 모두가 꼼짝못하게 된다는등….
그러나 제 3의 물결 정보화는 이미 우리의 발을 적시고 있다.
이 물결을 타고 우리는 선진사회로 가야하게 운명지워져 있다.
20년전에 시작된 고도성장은 공해와 기업집중이라는 부산물을 남겼다. 우리는 2000년대에 정보화의 쓰레기를 남기지 않도록 모두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용태<한국 데이터 통신사장>▲경북 영덕출신(53세) ▲서울대 문리대졸(물리학) ▲미 유타대(이박) ▲한국과학기술연 연구실장 한국전자기술연 부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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