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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니진 입은 여성 성폭행 무죄"…항소심서 '유죄' 뒤집혀

중앙일보

입력

20대 여직원을 차 안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40대 자영업자가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혀 법정 구속됐다.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라며 무죄를 주장한 피고인이 정작 여직원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유죄의 근거가 됐다.

전주지법 형사2부(부장 이석재)는 6일 "피감독자간음 혐의로 기소된 이모(49)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전주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이씨는 2013년 10월 10일 여직원(29)과 단둘이 술집과 노래방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 조수석에서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여직원이 노래방에서 바지 위로 성기를 더듬었다" 등의 진술을 했다. 원심 재판부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하지 못할 구체적인 부분"이라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여직원이 당시 입었던 스키니진의 특성에 비춰볼 때 이씨가 여직원의 의사에 반해 다리에 꽉 끼는 바지를 강제로 벗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이씨가 여직원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가운데 "무릎 꿇고 사죄할 기회 좀 주라" "죄인으로서 회사 그만두기로 다짐했다" 등의 내용은 통상적으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행동·진술 분석 전문가들의 의견도 여직원의 진술을 뒷받침 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성폭력에 대해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는 가해자의 업무상 직위 때문에 고용상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심리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명백히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을 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성관계에 적극적으로 응했다고 주장하며 변명으로 일관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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