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나섰다 파도 휩쓸린 해경…발목 부러지고도 선원 2명 구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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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구조활동에 나선 해경 구조대원들이 선원들과 함께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되고 119소방대원은 급류에 실종되는 사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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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남 여수시 오동도 방파제에서 바다에 빠진 선원을 해경이 구조하고 있다. [사진 여수해양경비안전서]

5일 오전 8시24분쯤 전남 여수시 수정동 오동도 방파제 위를 걷고 있던 여수해양경비안전서(여수해경) 122구조대원 박정채(42) 경사 등 4명과 1321t급 여객선 미남크루즈호 선장 주모(57)씨, 선원 김모(61)씨 등 6명이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 선원들을 배에서 대피시키려고 방파제를 걷던 중 약 3m 높이의 파도와 함께 바다에 빠진 박 경사 등은 선장 주씨와 선원 김씨를 먼저 챙겼다. 다행히 배에서 내리기 전 구명조끼를 착용해 가라앉지 않고 바다에 떠 있던 두 사람을 방파제 쪽으로 데려갔다. 강한 비바람과 거센 파도로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든 상황이었다. 간신히 방파제 벽면에 설치된 철제 사다리를 통해 위쪽으로 올려 보냈다.

울산에선 29세 소방대원 실종

방파제 위에서는 122구조대 신승용(44) 대장을 비롯한 동료 해경 3명이 대기하며 주씨와 김씨를 차례로 끌어올렸다. 왼쪽 손목 등에 골절상과 찰과상 등을 입은 주씨 등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박 경사 등은 두 사람에 대한 구조가 끝나고 난 뒤에야 방파제 위로 올라왔다. 구조대원 중 2명도 파도에 휩쓸리는 과정에 왼쪽 발목이 골절되고 목 부위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미남크루즈호는 태풍에 대비해 오동도 방파제에서 약 700m 떨어진 여수 신항 부두에 닻을 내리고 피항 중 강한 돌풍으로 방파제로 좌초됐다. 122구조대는 이 배에 타고 있던 선원 6명을 대피시키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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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낮 12시6분쯤에는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 도로에서 온산소방서 소속 소방대원 강모(29)씨가 구조활동 중 실종됐다. 강 대원은 동료 대원 2명과 함께 울주군 웅촌면 대복리에 있는 주택 옥상에 6명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다. 쏟아진 비로 강처럼 변한 도로에서 구조로를 확보하던 중 갑자기 물살이 거세지자 전봇대를 잡고 버텼지만 결국 급류에 휩쓸렸다.

여수·울산=김호·최은경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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