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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동남아 특별순회취재|싱가포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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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싱가포르=이규진 특파원】싱가포르에선 요즘 3가지 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다. 그 첫번째는 지난 한세대의 20년간을 카리스마적 존재로 군림해온 이광요수상 (63)의 후계를 둘러싼 정치적 바람이고 두번째는 최근 마이너스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싱가포르 경제를 구하자는 경제적바람이 그것이다. 세번째는 싱가포르 국민의 희박한 정신문화의 뿌리를 찾자는 문화적바람이다.
이광요수상의 후계자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바로 이수상의 큰 아들인 이현룡국방및 상공담당 국무상 (34). 이장관은 군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84년 준장으로 예편한 후 집권당인 인민행동당 (PAP) 소속 국회의원으로 출마, 32세의 젊은 나이로 의회에 진출했다.
이와함께 이장관은 경제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작년 4월 새로 구성된 12인 경제위원회의장직도 겸하고 있어 이수상이 그를 후계자로 키우는것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부자세습의 권력이양이 순조롭게 되지는 않을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수상이 제2세대의 지도자로 정치수습을 시키고 있는 인물들이 눈길을 끈다.
이런 지도자들중 제1부수상겸 국방상인 오작동씨(43)도 주목되는 인물이다.
오부수상은 현재 PAP의 사무차장(부당수) 겸 선거조직위원장직도 겸하고 있는 막강한 인물.
다음으로 꼽히는 인물은 제2부수상 왕정창 (48). 왕부수상은 건축가 출신으로 76년 PAP에 들어가 정계에 진출했으며 84년 싱가포르정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국노동조합총회(NTUC) 사무총장을 겸임했다.
그러나 이수상이 그의 말대로 88년에 은퇴하고 이둘중 한 사람에게 권력을 그대로 넘겨주리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싱가포르 정치분석가들은 84년 국회의원 선거당시 이수상이 『다음번은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중심제로 바꿔야한다』고 한 발언을 중시한다. 이수상이 내건 표면적 이유는 현재 90억달러에 이르는 사회보장책의 CPF(중앙적립기금)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수상의 발언과 관련,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한정치학교수는 『현재 상징적인 위치의 대통령 권한을 대폭늘려 스스로 대통령자리에 앉고 제2세대 수상을 섭정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의 야당세력은 아직은 미미한 상태지만 여당의 지지율이 최근 선거에서 하락된 것은 적지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집권당인 PAP는 80년 총선서 75·5%의 득표를 획득, 75석의 전 의석을 독차지했지만 84년 총선서는 62·9%로 득표율이 떨어지고 79석중 2석은 야당인 싱가포르민주당과 노동자당에 돌아갔다.
현재 싱가포르 의회서 대정부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민주당의「시암·시·통」의원과 노동자당의「제야라트남」의원은 싱가포르에 「진정한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같이 예상되는 정치적변화의 바람이외에 요즘 싱가포르에서는「중공의 관문이 되자」(Gateway to China)라는 경제적 바람이 불고있다.
아시아의 경제모범국으로 지난70년대를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던 싱가포르경제가 작년에 마이너스 2%, 금년1·4분기에 마이너스 2·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등 난국에 빠진 경제위기를 중공이라는 돌파구를 통해 해결하자는 바람이다.
이같은 바람은 중공의 서방관문 역할을 해왔던 홍콩이 97년에는 중공에 주권이 넘어가는 것을 계기로 불기 시작했는데 이수상은 그동안 거리를 두어왔던 중공을 작년에 직접 방문, 무역확대방안을 모색하고 돌아왔다.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으로서 큰 역할을 해온 홍콩의 경제적 기능을 도맡겠다는 포석이다.
지난7월말에는 중공을 상대로 이뤄지는 구상무역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세금을 면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 싱포포르를 대 중공 무역중심지로 키워나갈 뜻을 분명히했다.
싱가포르 국민들의 희박한 문화정신의 뿌리를 내리기 위한 문화적 바람은 유교전통을 되살리려는 노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년에 싱가포르 국립대학에 동북아철학연구소가 설립됐고 최근엔 「중국말을 사용하자」 (Speak Mandarine)는 캠페인이 벌어진것은 이같은 노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정치적·경제적·문화적 바람은 지난 20년간 정치적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싱가포르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싱가포르사회를 민주화로 가게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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