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늦어도 2019년 봄 EU 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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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2019년 봄이면 이뤄질 수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일 “내년 3월 말까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내년 3월 리스본조약 50조 발동”
협상 개시되면 타결 안 돼도 탈퇴

이날부터 3일간 열리는 보수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영국 BBC방송과 한 인터뷰에서다.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은 EU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상의 공식 개시를 뜻한다. 일단 협상을 시작하면 2년 후 타결 여부와 관계없이 탈퇴가 확정된다. 2019년 3월 이후엔 영국이 EU의 일원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로 가는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그간 EU에선 “50조 발동 전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협상은 없다”며 조속한 발동을 압박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프랑스 대선, 하반기 독일 총선이 있다는 점에서 발동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메이 총리는 “영국의 EU 가입을 규정한 1972년 유럽공동체법을 폐지하는 ‘대폐지법안(Great Repeal Act)’을 제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우리의 대통령 시정연설에 해당하는 내년 4~5월께 열리는 여왕의 국정연설 무렵이다.

법안에는 EU의 권한을 무효화하고 영국을 독립 주권국가로 규정하는 내용이 들어간다. 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되는 순간 EU 법령을 모두 영국 법으로 귀속하고 이후 논의를 통해 관련 법령을 개정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보수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브렉시트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브렉시트 협상을 이끄는 브렉시트 장관들은 리스본 조약 50조의 조속한 발동을 요구했다. 또 ‘EU와의 명백한 단절(Hard Brexit·하드 브렉시트)’도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메이 총리가 당내 브렉시터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키 모건 전 교육장관을 비롯한 EU 잔류파들의 반발도 거세다. 모건 전 장관은 “편협함과 불관용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일정을 밝혔으나 여전히 브렉시트의 방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협상 카드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은 것”이란 의견과 “아직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란 비판론이 엇갈린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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