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폐암약 ‘올무티닙’ 내일 판매중단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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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 ‘올무티닙’(국내 제품명 올리타)의 부작용으로 인한 첫 사망 사고가 국내 시판 허가가 나기 전인 지난 4월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6월과 9월에도 허가에 반영되지 않았던 부작용 사례들이 추가로 생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판 허가 4개월 만에 올무티닙의 신규 환자에 대한 투약을 제한하기로 했다. <본지 10월 1일자 2면>

지난 4월 부작용으로 첫 사망 사고
부작용 의심에도 ‘신속허가’ 적용
미국·유럽 등 보건 당국에도 보고

한미약품은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성표적 폐암치료제 올무티닙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손지웅 한미약품 연구개발총괄 부사장은 “지난 4월 처음 발생한 사망환자는 올무티닙의 부작용인 중증 피부 이상 반응 때문에 사망했고 이를 식약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보건 당국(EMA) 등 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올무티닙은 지난 5월 식약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건부 신속허가로 시판 허가한 약이다. 임상2상까지 자료만으로 일단 시판을 허가해 주고 임상3상 결과에 따라 최종 허가 여부를 다시 심사받는 제도 다. 하지만 신속 허가 과정에서 이 사망 사고는 공식적인 부작용 사례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4월 사망 사고는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이) 의심됨’이라고 보고받았다”며 “신약의 위험보다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허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이번 부작용 자체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손 부사장은 “기존 허가된 약에서도 나타나는 증상들”이라며 “다만 시판 중이므로 더 안전한 조치가 필요하고 잠재적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신규 환자에게는 처방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조건부 신속허가는 정책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며 “다만 임상시험은 계속해도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마당에 시판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판매 중지 등을 논의한다.

한미약품으로선 부작용 자체보다도 베링거인겔하임의 올무티닙 상업화 포기로 인한 타격이 더 크다.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한 총 8500억원 중 700억원 정도의 계약금을 제외하고는 모두 없던 일이 됐다. 글로벌 신약 개발의 어려움이 재확인된 것이다.

특히 올무티닙이 ‘세계 최초’의 내성표적 폐암신약 자리를 경쟁 제품(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에 빼앗기면서 상업적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이는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을 포기한 한 원인이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임상 2상 시험까지는 직접 마칠 계획이다. 하지만 최종 상업화에 필요한 임상3상을 위해서는 조 단위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다른 파트너를 찾지 않는 한 상업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기술수출 이후 개발 포기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며 “향후 신속하게 올무티닙의 개발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정종훈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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