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요 레임덕 가속화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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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소장 엘리트 장교단의 쿠데타 시도가 불발로 끝났지만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누수(레임덕)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AFP 등 외신들은 아로요 정부가 큰 희생 없이 사태를 해결했지만 이번 쿠데타의 배후에 여러 정치세력이 관여돼 있다는 점이 드러나 정국 불안은 불가피하며 경제 불안도 가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과 그레고리오 호나손 현 상원의원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군 수뇌부는 "에스트라다와 연관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내무장관은 "호나손이 부추긴 것이 틀림없다"며 공언하고 있다. 따라서 아로요 대통령은 이들을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이들 지지자와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쿠데타 사태는 필리핀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가해 결과적으로 아로요의 입지를 좁힐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7년간 여덟차례의 군부 쿠데타 사건의 현장이 된 마카티 금융지역은 2년 만에 재발한 쿠데타로 출렁이고 있다. 마누엘 로하스 필리핀 무역부장관은 "지금 상황은 필리핀 경제의 성장을 완전히 멈추게 한 1989년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마카티 비즈니스 클럽의 리카르도 로물로 회장도 "89년 쿠데타를 일으키기까지는 많은 투자가 예정돼 있었지만 쿠데타 이후 급격히 빠져나갔다며 "그것이 바로 아키노 정권의 몰락이 시작된 시점이었다"고 회고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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