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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억원짜리 사우나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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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치향락은 먹고 마시는데만 그치지 않는다.
기름진 몸을 씻고 먹어서 찐 살을 빼고, 그리고 쉬는 목욕의 환락에서도 옛 로마황제의 호사가 먼발치다. 세계최대, 어쩌면 세계 최고시설의 목욕탕은 파리도 로마도 뉴욕도 동경도 아닌 서울 영동의 30억짜리 사우나탕에서 찾아야 한다.,
영동환락가의 Q사우나.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붉은색 카피트가 깔린 복도를 10여m 들어가면 초대형 고급 샹들리에의 조명아래 4개의 반나 여인석상이 서있는 출입구에 이른다.
2백개에 가까운 고급 목재 라커가 놓인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욕탕 안으로 들어간다.
2백80평이나 되는 널찍한 욕장은 조각의 전당.
온탕 중앙에 설치된 대형 남·여·어린이 나군상, 벽면 기둥을 이루고 있는 대형 남녀우상들, 정교한 고대 그리스양식의 기둥조각, 자연광을 받아 들이도록 스테인드 글라스로 꾸며진 돔천장에 아기 천사상, 한쪽 벽엔 열대어와 비단잉어등이 노니는 수족관….
샹들리에 조명이 호화롭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욕탕내부는 그야말로 옛로마제국 황제의 욕실만 같다.
『이 사우나탕을 만들기 위해 사장이 직접 외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했어요. 돔식 천장은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을 본뜬 것입니다』 한 종업원의 귀뜀.
국산자재를 많이 쓰고도 시설비와 장식비만 12억원이 들었고 레이저빔·영사시설·라돈시설등을 포함, 총투자액은 30억원. 공사기간도 2년이나 걸려 지난 1월 개장했다.
욕탕안에는 녹용과 각종 약재를 비롯, 3∼10평 크기의 라돈자력실·열증기실·원적외선실·고온실·표준실등의 한증실과 냉탕·냉안개실등을 갖춰 국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또 휴게시설로는 70석 가량의 식당휴게실, 레이저빔 영사시설과 대형스크린을 갖춘 극장휴게실, 30석 규모의 수면휴게실, 자동안마기를 갖춘 건강휴게실, 맹인 안마실, 마사지실, 터키탕, 전통찻집, 일식코너등이 있으며 위층에는 별도로 5∼10명이 사용할수 있는 온돌방 14개를 갖춰 총면적이 1천2백평. 그야말로 최신 호화판 옥내 종합휴식장을 형성하고 있다. 입장료는 8천8백원. 주말이면 옷장이 모자라 손님들이 입구에서 10∼20분씩 대기까지 했다가 입장을 하는 성황이다.
역시 영동의 D사우나는 연건평 3천여평의 11층 빌딩 전체가 사우나와 그 부대시설.
단일 목욕탕으로는 국내 최대.
일본 북해도의 온천지방에서 개발했다는 일제 라돈발생기를 4억5천만원에 들여왔으며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적외선 사우나, 핀란드식 사우나등을 특색으로 내세우고 있다.
1백50평이 넘는 각층 욕실내부는 모두 대리석으로 꾸며졌고 인공폭포까지 설치됐으며 욕조마다 수중 안마기· 효소 발생기가 가동되고 있다.
목욕시설 투자총액은 자그마치 43억원. D사우나외에 원효로 S라돈사우나· 당산동 사우나· 평창동 B사우나등도 몇십억원씩을 들여 호화시설을 갗춘 목욕탕 빌eld.
사우나가 남성전용이던 시대도 지났다. 82년 이후 영동을 중심으로 신축된 여성전용 사우나는 호화의 극치를 자랑한다.
P사우나등 여성전용사우나 5개소는 1억원 이상을 들여 수입한 운동기구와 미제및 일제의 효소·미네럴 발생기가 설치됐고 사우나 목재는 핀란드산으로 꾸며졌다.
A사우나는 우유로 목욕을 하는 특실이 있고 미네럴탕에서는 수입향수를 혼합한 인공온천수가 넘친다.
8월말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사우나는 45곳. 81년의 18에 비해 5년새에 3배로 늘었다. 여기에 강남지역에 집중돼 있는 고급 여성전용 쑥탕을 합치면 그 숫자는 2배로 늘어난다.
공동목욕탕이 81년에 1천1백78곳에서 8월말 현재 1천7백68곳으로 늘어난데 비추어보면 사치성 호화 목욕탕의 증가 추세는 우리사회의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과소비 성향과 과시욕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 사우나 요금은 입욕료만 대중목욕탕 요금 6∼8배인 6천∼9천원. R사우나의 경우 입욕료 8천8백원에 식당휴게실에서는 냉면과 추어탕을 3천8백50원, 오린지주스 1천3백20원, 맥주 2천7백50원, 각종 안주를 3천3백∼1만6천5백원으로 시중가격의 2∼4배씩 받고 있다. 또 방 사용료는1만5천원을 따로 받고 있으며 마사지요금은 1만3천원이다.
입욕료 6천9백30원을 받는 D사우나도 수족온욕기 사용료 3천5백원을 따로 받고 파전은 5천5백원, 갈비찜은 2만2천원씩 받고 있다.
최소한 목욕을 하고 식당휴게실에서 냉면 한그릇과 주스 한잔만 먹어도 요금이 1만2천∼1만5천원이나 된다.
여기에 마사지까지 받으면 요금은 팁을 포함해 4만∼5만원에 이르고 손님을 접대한다든가 동료들끼리 어울려 4∼5명이 함께 술까지 마신다면 1인당 10만원선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사우나는 늘고 밤낮없이 손님이 붐빈다.
대형 호화 사우나일수록 이용객이 붐벼 R,D사우나등은 평일에도 3백여명, 주말에는 6백∼7백명의 손님들이 몰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 사우나는 일반고객외에 특별회원을 모집한다. 3백만∼4백50만원하는 입회비를 내고 상시이용을 하는 회원들이 사우나마다 1백∼3백명.
호화 대형 사우나의 하루 수입은 5백만∼6백만원, 주말에는 1천만원을 넘는다. 작은 규모의 사우나까지 합쳐 하루 평균 수입을 3백만원씩만 잡더라도 하룻동안 서울시내의 사우나에뿌려지는 돈이 2억원.
영동의 D사우나는 하루 수익금이 6백만원을 넘어 사우나에서 번돈으로 업주는 식품회사까지 차려 「목욕탕 재벌」 이라는 별명을 듣고있다. 엄청난 투자는 엄청난 이익이 나오기때문에 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대 한상진교수 (사회학)=고급 호화사우나의 호황현상은 신흥 토지재벌등 사회 일부계층에 팽배한 사치성 과소비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과소비 현상은 미래에 대한 확신과 기대보다는 현재에 만족하고 안주하려는 심리와 과시욕이 크기 때문에 나타난다.
특수계층의 전유물이 되고마는 고급 호화 사우나는 설립 허가 규제나 과세등 국가정책을 통해 엄격히 통제해야 할 것이다. <이덕령·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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