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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업 국민의식] 上. 기업·직업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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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그룹의 崔모 대리(30)는 "직장은 어떻게든 계속 다녀야 한다는 게 요즘 회사 분위기"라며 "취직난 속에서 어렵사리 입사한 영향이 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자리가 없어 취업난이 극심해지자 2030세대의 직장에 대한 생각도 크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와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한국경제와 기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도 崔대리와 같은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취업난이 직업.직장 인식 바꿔=이번 조사에서 '윗사람의 지시가 옳지 않아도 따라야 한다'는 물음에 '그렇다'는 응답 비율이 20~30대는 36.9%로 나왔다. 이는 50~60(38.7%)대 보다 낮지만 40대(34.8%)보다는 오히려 높은 것이다.

요즘 구직난에 시달리는 20~30대의 경우 많은 사람이 직장만 얻으면 조직에 순응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추세는 직업선택 등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사항으로 소득(63.3%)과 안정(44.5%)을 가장 중시했다.자신의 적성과 능력(33.0%),일에 대한 성취감(21.0%) 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직업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일과 여가중 중점을 두는 부분이 어디인지 물어본 결과 우리 국민은 여전히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의견이 73.0%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기업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그러나 기업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눈에 비친 우리 기업의 총체적 모습은 "이윤추구에만 관심이 있고,문어발식 확장과 족벌체제 구축에만 신경쓰는 조직"이다.

기업에 대해 '이윤추구만 관심(83.5%) vs 사회에 이윤 환원(15.7%)'의 상반된 질문을 던져 봤더니 부정적 인식 쪽이 더 컸다. 다만 우리 기업의 우수 인재 육성(53.6%)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LG경제연구소의 김지승 연구위원은 "요즘은 기업의 생존이 소비자의 이미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시대"라며 "이런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차원의 개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인상에 대해 단순하게 '좋다''나쁘다'로 구분해 물어 봐도 종합적인 이미지와 다르지 않았다. 기업 인상에 대해 59.2%가 '나쁘다'고 대답했고,'좋다'라는 응답은 40.8%에 그쳤다.

특히 기업인에 대한 인식은 더 안 좋았다. 기업인이 '존경스럽다(32.2%)'보다 '존경스럽지 않다(67.8%)'가 훨씬 더 많았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기술개발=이처럼 기업 인식이 부정적인 가운데 과거에 비해선 좋아지고 있다는 의견(46.2%)도 적잖았다. 우리 국민이 기업에 바라는 것은'기술개발(23.2%)과 좋은 상품 공급(21.6%)'이었다.

이어 ▶노사관계의 안정을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13.0%)▶우수한 인재를 고용해 육성(12.1%)▶적정한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을 투명하게 운영(10.1%)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바람직한 경영체제에 대해서는 '전문경영인 체제(42.9%)'와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하는 경영체제(41.5%)'로 크게 양분된 의견이 나왔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경쟁력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전문 경영인 체제가 좋은 점(독립경영, 주주를 위한 고려)도 있겠지만, 정치.사회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경우에는 오너 경영인의 장점(신속한 의사결정,책임경영)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시래.김광기.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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