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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단교' 초강수…면책 특권 악용 북 외교관 타깃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 외교적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28일(현지시간) “전세계 미국 공관에 북한과의 외교적·경제적 관계를 단절(sever ties)하거나 격하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것은 ‘단교(斷交)’까지도 포함한다.

이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정부가 북한의 ‘절친’ 우방국들을 상대로 벌인 대북 고립 외교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외교부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우리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이 방안이 논의됐다. 당시 윤병세 장관이 모두발언에서 “북한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유엔 자체에 수치스러운 일”, “북한은 국제사회를 이길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이 이같은 조치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고 한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국제적 의무를 위반하는 한 고립은 더 심해질 것이란 메시지 발신을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이 변화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경고 메시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제재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비용을 조달하는 데 있어 북한 외교관들이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외교관들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제재망 회피 등 불법을 저질러왔다”며 “북한 외교관들의 불법행위를 규제하는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미는 그간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각국을 설득한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 자료에서 “8월 북한의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신홍철 외무성 부상 등 고위급 인사들이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상당수 국가가 방문 접수를 거절하거나 면담의 격을 낮췄다. 북한이 제안한 협력사업을 거부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60여개 국가 또는 국제기구가 북한과의 고위 인사교류나 공관 개설, 대북협력사업을 보류하거나 중단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한 동남아 국가의 경우 북한 외무성 간부의 방문을 거절했는데 이 인사가 ‘우리 공관 방문이 목적’이라며 무작정 입국했다고 한다. 그러고선 공관에 들어가 버티며 주재국 외교부 간부들에게 만나달라고 무작정 떼를 썼다”고 귀띔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27일부터 아프리카 세네갈·앙골라를 방문중인 것도 대북 압박에 있어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다. 세네갈은 2016~2017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앙골라는 2015~2016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다. 앙골라는 대표적인 친북 국가이기도 하다.

◇북한 김정은 통치자금 담당했던 38호실 통합=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자금 등 통치자금을 관리했던 노동당 산하 38호실이 노동당 39호실로 통합된 것으로 보인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당 38호실을 삭제한 ‘2016 북한 권력기구도’를 공개했다. 당 39호실은 노동당 자금 운용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38호실은 2008년 초에도 39호실로 통합됐다가 2010년 분리된 후 재통합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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