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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 전 장관 부인, 결혼 50돌 맞아 그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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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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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최형우 전 장관(왼쪽)의 칠순잔치에 함께한 원영일 여사. [사진 원영일]

“인생을 돌이켜보니 남은 것이라곤 허무한 마음과 남편의 병 간호뿐이더라고요. 늦었지만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미대 출신 원영일 여사 개인전
“여생 즐겁게 여행하는 출발점”

개인전 ‘세월의 흔적’을 여는 원영일(77) 여사의 소회다. 원 여사는 최형우(81) 전 내무부 장관의 아내다. 28일부터 6일간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리는 전시회 ‘세월의 흔적’은 원 여사와 최 전 장관의 결혼 50주년 금혼식을 계기로 기획됐다. 원 여사가 2009년부터 올해까지 그린 나팔꽃·장독대·단풍 등 그림 30여 점과 최 전 장관이 1996년에 쓴 글씨 다섯 점이 함께 걸린다.

상도동계 정치인인 최 전 장관은 신민당 소속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6선 의원이다. 80년 신군부에 의해 의원직을 상실하고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간사장을 맡아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고, 통일민주당 부총재, 정무1장관, 내무부 장관 등을 지냈다. 김영삼(YS)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릴 정도로 각별했던 최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불편한 몸으로 YS의 빈소를 찾아 대성통곡하기도 했다.

평생 정계에 몸담은 최 장관 때문에 원영일 여사는 ‘정치인 내조’로 일생을 보냈다. 세종대 미대에서 유화를 전공한 원 여사는 졸업 후 서울과 인천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갖고 64년엔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입선을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결혼 후 그림을 거의 그리지 못했다. 원 여사는 “국가를 위해 동분서주한 정치인의 아내로 사느라 개인 생활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원 여사가 다시 붓을 잡은 건 10여 년 전 일흔이 가까워서다. 그는 “97년 3월, 남편이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졌고 이후 간호자로 신분이 바뀌어 다른 일은 모두 접어야 했다”며 “마음 쉴 곳이 필요해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일주일에 두 차례 그림을 그리며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원 여사는 “오늘의 이 전시는 삶의 틈바구니에서 내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한 흔적들”이라며 “작품성을 떠나 여생을 즐겁게 여행하려는 출발점이니 다 같이 와서 저의 힐링열차에 탑승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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