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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농산물 판로 개척, 마을 관광지 조성 … 전문 기업이 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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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전북 진안군 진안읍 연장리의 원연장마을 꽃잔디축제 현장. 이 마을은 환경 가꾸기와 관광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다.

모내기 일손 돕기, 할머니·할아버지 노래교실 같은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봉사 풍경이 최근 확 바뀌었다. 농장 경영에 도움을 주고, 마을 관광지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전문적인 맞춤형 재능 나눔 서비스가 등장했다.

농촌재능나눔 전문화 바람

경남 진주에서 피망 농장을 운영하는 김진식(36)씨는 몇 해 전 직거래 판매를 시작했지만 경영이나 마케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우연히 정부에서 지원하는 ‘농촌재능나눔’ 활동을 통해 인터넷 마케팅 기업 ‘Hup지원센터’를 알게 됐다. 그는 지원센터의 전문가에게 온라인 판매 조언도 받고 블로그와 온라인 장터(스토어팜)를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 1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는 농촌재능나눔 활동은 개인이나 단체가 지식·경험·기술 같은 다양한 재능을 농촌에 기부하는 사회봉사 활동이다.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적으로 2011년부터 계속해 왔다. 지금까지 참여 단체만 365곳이 넘는다. 재능나눔 범위도 넓다. 벽화를 그려 마을 외관을 가꾸는 일부터 마을 관광지를 홍보하거나 주민을 위한 운동·교육·치료·미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재능 기부자들은 농촌 주민과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마을 공동체에 경제적·정서적으로 도움을 준다. 나중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최근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도시인이 늘면서 농촌 주민으로부터 조언을 듣고, 도시 아이들이 농촌 체험을 하면서 자연을 배워 간다.

SNS 활용한 마케팅 교육
팜파티 등 관광자원 개발
소득, 삶의 질 향상 기여

눈에 띄는 변화도 있다. 그동안 개인이나 봉사단체가 농촌의 일손을 돕거나 레크리에이션·예술 강습을 이끄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전문 기업들이 참여해 체계적으로 농촌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피망 농장 개설에 기업의 도움을 받은 뒤 매출이 크게 오른 김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충남 천안의 Hup지원센터(대표 조갑순)는 농민과 농촌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경영지원·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2014년부터 3년간 농촌재능나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센터는 농민에게 SNS 활용 방법을 가르치고, 마케팅 방식을 교육한다. 브랜드 선정, 포장 방식, 디자인 등 농가에서 그동안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부분을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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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천안 Hup지원센터에서 마케팅 강의를 듣고 있다.

충남 보령의 작은 마을 기업인 ‘글과 나무’는 수제로 나무 상패를 제작한다. Hup지원센터의 컨설팅을 받고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으면서 연간 매출 5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수출하는 ‘빛뜨락마을’도 가격 결정, 재무관계, 패키지 디자인 등 여러 방면에서 조언을 받았다. Hup지원센터 송영호 이사는 “우리가 잘하는 일을 농촌 현장에서 나누면서 성과를 내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농가에 새로운 온라인 판로를 가르쳐 주고 포장을 개선해 세련된 상품을 만들도록 한다”고 말했다.

주민 심신 힐링 프로그램
충북 보은의 사회적기업 선애마을보은(대표 이종민)은 자체 개발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농촌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나눔 활동을 한다. 자연과 함께 살지만 오히려 도시인에 비해 자연 치유나 힐링에 대해 모르는 농민이 많다. 아이들은 각종 놀이 체험과 캠프 활동으로 자연 속에서 감성을 키우고 어른들은 자가교정·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쉬어가도록 한다.

체험·관광·전통문화·음식·축제 등 마을이 지닌 잠재적인 자원을 발굴해 색깔 있는 마을을 만들기도 한다. 서울의 한국웰니스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조은기)은 마을의 특성을 파악한 뒤 개발 방향을 제시하거나 관광수익을 높이기 위해 환경을 개선하는 등 농촌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교육한다. 지난 6월에는 경기도 가평의 ‘반딧불마을’에서 팜파티 등을 기획해 마을을 홍보하고 관광객을 유치했다.

전북 진안군 진안읍 연장리의 원연장마을은 매년 봄 산비탈을 빼곡히 채우는 진달래꽃이 아름다운 곳이다. 올해부터 농촌재능나눔의 컨설팅을 받아 매년 봄 열리는 꽃잔디축제 규모를 키우고 내용도 알차게 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1~3일엔 2박3일간 대학생과 기업 전문가 등 50여 명이 마을을 찾아와 캠프를 열고 주거환경 정비와 마을 관광 컨설팅 등의 나눔 행사를 진행한다.

기업, 전문 단체 45곳 동참
또 사진 촬영, 직업 교육, 마을 환경 개선, 버스정류장 개량 등 여러 분야에서 농촌재능나눔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및 전문 단체가 45곳이다.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담당자 박상호 사무관은 “기업이 재능나눔 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농촌에 도움을 주고 성과를 내면서 자신들이 지닌 재능에 대한 자부심도 높이고 사내 분위기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기업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농민들이 다시 재능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능을 나누려는 기업과 도움이 필요한 농촌마을은 농촌재능나눔 공식 사이트인 스마일재능뱅크(www.smilebank.kr)에서 신청하면 된다.

농식품부는 ‘마을코디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해 재능 기부자와 수혜자를 연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이 사전에 직접 농촌마을을 답사하고 가장 필요한 재능 기부자를 연결시켜 줘 효율을 높인다. 자세한 내용은 스마일재능뱅크 홈페이지나 콜센터(1577-7820)로 문의하면 된다.

글=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사진=농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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