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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무역적자는 군수산업 탓"|텍사스대「듀마」교수 분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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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달러화가 높게 평가되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적자가 누증되고 있다는 주장은「거짓말」이라고 미 텍사스 대학의「로이드·듀마」교수가 최근 간행된『과 부담의 경제』(The Overbened Economy)이란 저서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고 달러가치가 높이 평가되기 훨씬 전인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심각하게 계속 악화되는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의 미국경제는 치유하기 힘든 중병을 앓고 있으며 1920년대 대공황을 맞기 전의 증상과 비슷한 면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경제가 지 수상으로는 경기활성화, 실업률둔화, 인플레둔화 등의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아울러 빈곤증가, 재정적자누증, 무역적자 등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최근의 경기호황 속에 빈곤과 기아도 급속히 증가돼 GNP가 급격히 늘었던 1983년 국민의 15%이상이 최저생활수준에 못 미치는 극빈자로 분류됐으며 이는 20년 전보다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빈곤층이 늘어나는 한편 국민대부문의 소득수준도 정체돼 근로자의 84년 구매력은 76년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국가부채도 늘어나 지난10년간 공공채무는 3배로 증가, 1조5천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1919년이래 최초로 채무국으로 전락, 1천70억 달러의 외채를 걸머지게 됐다.
미국경제가 건전치 못하다는 최대의 증거는 물론 끊임없이 급증하고 있는 무역적자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국제경쟁력이 약화된 원인은 미국이 지난 40년간 자본과 인력을 잘못 운용했기 때문이다. 산업효율성을 제고하고 생활조건을 향상시키는데 그 동안의 자본·인력배분이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그동안 군수산업부문이 번창, 막대한 자본을 흡수함으로써 다른 산업분야의 투자를 게을리 했다.
지난5년간 군수부문에 투자한 금액만도 현재 미국 모든 산업시설의 장부상 가격과 필적하고 있다.
83년의 경우만 해도 미국산업계의 자본재들, 이를테면 기계설비·공장건물 부동산의 46%가 군수산업부문과 관련돼 있다.
자본의 잘못된 배분보다 더욱 나쁜 것은 재능 있는 학자나 기술자 등 고급인력의 소위 군수분야로의「두뇌유출」현상이다. 2차 대전 이후 미국고급인력의 3분의1 가량이 『군사문제해결을 위한 군사적 과제』에 종사해 오고 있다.
미국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책임자였던「사이먼·라모」박사는 군사부문에 이처럼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으면 미국의 산업기술은 지금보다 20년은 더 발달해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일도 있다.
컴퓨터산업과 같은 첨단기술부문의 예를 들더라도 미국은 계속 경쟁력을 잃고 있다. 문제는 생산효율을 높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1984년에 처음으로 전자산업부문에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85년에는 적자가 그 2배로 늘어난 것이 그런 예에 속한다.
이른바 「탈공업화 현상」이다. 그런 현상이 노동력을 그리 필요로 하지 않는 높은 생산성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기업들이 외국업체들과의 경쟁력 상실로 일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산업의 구조적 약점은 그뿐 아니고 미국경제에서 계속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는데도 있다. 보수가 아무리 나빠도 힘든 일보다는 하다못해 식당종업원이나 슈퍼마키트의 점원노릇을 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첨단기술이나 서비스산업분야가 미국경제를 구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미국경제는『출발점도 전환점도 없다. 다만 잘못된 희망이 있을 뿐이다』고「듀마」교수는 미국경제를 진단하고 있다. <슈피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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