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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5·18 광주’산증인 조철현 비오 신부 선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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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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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인 조철현 비오(사진) 신부가 선종했다. 78세. 고인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오다 21일 오전 3시20분 영면했다. 1937년 4월 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본량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62년 가톨릭대 1기생으로 입학해 69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후 광주 살레시오여고 지도신부와 풍암동성당 주임신부 등을 맡아 2006년까지 38년 동안 사목생활을 했다.

시민수습위원 활동 후 옥고 치러
교황청 명예 사제 ‘몬시뇰’ 임명도

고인은 사제의 길을 걸으면서도 민주화와 사회운동에 헌신해왔다. 5·18 때는 광주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민수습위원으로 활동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당시 고인은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진압을 막기 위해 시민수습위원들과 함께 이른바 ‘죽음의 행진’을 했다. 5·18 이후에는 내란음모의 핵심 동조자로 낙인 찍혀 감시와 탄압을 받으면서도 각종 시국미사를 집전 했다.

5·18 기념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역임한 고인은 광주·전남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의장 등을 맡아 광주 시민사회의 원로로 활동했다. 평생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앞장서 장애인시설인 ‘소화천사의 집’과 노숙자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열기도 했다. 통일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광주·전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와 (사)광주시남북교류협의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로마교황청은 2008년 고위 성직자 품위이자 교황의 명예 사제인 ‘몬시뇰’에 고인을 임명했다. 국내에서 28번째였다.

빈소는 광주 임동성당 지하강당. 장례는 천주교광주대교구 교회장으로 치른다. 장례미사는 23일 오전 10시 임동성당에서 김희중 대주교가 집전한다. 장지는 전남 담양군에 있는 천주교공원묘원이다.

광주=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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