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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말 안 듣는 아이, 70%는 이해하고 30%는 설득해 보세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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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워킹맘 배지영 기자의 우리아이 건강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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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홉 살 아들을 둔 워킹맘입니다.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부모 말을 잘 듣게 하는 비법은 없을까요?

아이가 무슨 말을 해도
눈 맞추고 귀담아들어
부모를 믿게 만들어야

A. 전문가들은 다섯 가지 원칙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기본이 되는 원칙은 ‘내 말을 잘 듣게 하려면 아이 말도 잘 들어줘라’입니다. 뇌의 ‘거울 이론’에 따라 아이는 자신의 말을 귀담아들어 주는 부모를 보고, 자신도 부모의 말을 귀담아듣게 됩니다. 아이가 말할 때 건성으로 반응하지 말고, 반드시 눈을 맞추고 적절한 반응을 해줘야 합니다.

둘째는 ‘감정이입’입니다. 아이가 무엇인가를 하기 싫어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고집을 부릴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감’입니다. “오늘은 공부하기 싫어” “학교 가기 싫어”라고 했을 때 우선은 “왜 싫니”라고 묻기보다는 “아, ○○가 공부하기 싫구나” 또는 “엄마 같아도 이런 날 학교 가기 싫겠어”라고 몇 번 추임새를 넣어주면 아이는 온갖 불만을 토로할 것입니다. 일단 얘기를 잘 들어줍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감정이 누그러지면서 부모의 입장을 수용하려고 한답니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셋째는 보상을 활용하되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당근’은 좋은 수단입니다. 처음에는 “문제 몇 개 풀면 스티커 몇 개 줄게”처럼 단기 보상으로 시작하다가 점점 아이 스스로 성취감을 맛보는 ‘내적 보상’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급한 마음에 “이거 하면 장난감 사줄게” 했다가 막상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부모가 많습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씩 쌓이면 부모를 점점 신뢰하지 않게 되고, 이후에는 어떠한 보상을 약속하든 말을 듣지 않게 되는 아이가 됩니다.

넷째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버리라’는 원칙입니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데, 부모의 취향대로만 하려면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바라는 행동이 100가지가 있다면 꼭 관철시켜야 할 30가지 정도만 설득하려고 힘을 쏟고, 나머지 70가지 정도는 아이의 자유를 존중해야 합니다. 꼭 관철시켜야 할 것에는 법적인 문제가 걸린 것(예: 물건 훔치지 않기), 안전 관련(예: 빨간불일 때 건너지 않기), 예의범절 관련(인사 바르게 하기), 학습 습관 기르기(식사 후에는 반드시 숙제를 할 것) 같은 것들이 있을 겁니다. 반면에 자신이 원하는 옷 입기나 책 읽기, 놀이하기 등은 될 수 있으면 아이 생각을 반영해 주도록 합니다. 때때로 부모가 지는 것도 좋은 교육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의견이 부모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아이 스스로 이겨야 할 싸움과 져도 되는 싸움을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마지막은 ‘권위 세우기’입니다. 의외로 아이들은 ‘힘’을 추종합니다. 본능적인 감정입니다. 70%는 허용해 주더라도 30%에 있어서는 반드시 일관된 권위를 보여야 합니다. 한없이 다정하기만 한 부모는 우습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 된다는 말을 할 때는 평소와는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두 톤 정도 낮고 굵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훈육합니다. 처음 한두 번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그 다음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설명 없이 “안 돼”라고 짧고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조부모의 조력입니다. 조부모에게는 부모가 자식이므로 어린애같이 대하고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주가 있는 앞에서는 자식이 권위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도움말=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 권혜경심리치료클리닉 권혜경 박사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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