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대 조치' 선언…초강경 대북 압박 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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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중대 조치’를 선언하며 초강경 대북 압박이 가시화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나는 미국민의 안전에 책임이 있다”며 ‘나’라는 1인칭 화법을 동원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동맹국 한국ㆍ일본 만의 위협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정은 정권의 핵 개발을 희화화하기도 했던 미국 조야는 이번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불량정권이 멀지 않아 시카고를 공격할 무기를 가질 것”이라며 본토 위협론을 공개 거론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추가 제재는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 위한 ‘돈줄 차단’과 ‘정권 흔들기’의 두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라고 대북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병진 정책을 고수하는 김정은 정권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직접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는 만큼 북한이 가장 아파하고 두려워하는 통치자금 차단과 내부 동요라는 비대칭 압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통치자금 차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다자 제재를 통해 구체화된다. 지난 3월 안보리 제재결의 2270호의 제재 조항을 더욱 강화하는 게 골자다. 북한의 핵심 수출품인 석탄을 비롯한 광물은 민생 목적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허용됐지만 이번엔 무조건적인 전면 수입 금지가 추진된다. 2270호는 대북 항공유 수출 금지까지만 담았지만 이번엔 대북 원유 수출의 전면 금지가 추진된다. 한ㆍ미ㆍ일은 올 초 북한이 5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북한에 원유가 아예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기로 물밑 합의했다. 석탄과 원유는 북한 정권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현재 시행 중인 북한 선박 제재에 이어 고려항공의 취항 금지도 논의된다. 고려항공이 북한의 통치 계층을 위한 보급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10일 “미국과 우방국들은 즉각 고려항공을 제재해야 한다”며 “사치품 금수 규제를 피하는 통로가 고려항공”이라고 맹비난했다. 2270호 시행 후 제재의 숨은 공백으로 드러난 북한산 섬유 수출의 전면 제한도 추진될 전망이다. 북한의 대중 섬유 수출은 광물에 버금가는 외화 획득 수단이다. 2270호에 담지 못했던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 차단도 재논의된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이어 미국의 독자 제재가 이어진다. 미국은 지난 2월 ‘역대 최강’ 대북제재강화법을 발효시켜 북한만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ㆍ기업을 제재할 근거를 마련했다. 즉 북한을 상대하는 중국 은행과 기업을 국제 금융시장에서 배제시키고 미국 시장 진출을 막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범적으로 이행할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 무역ㆍ외교 전쟁을 불사하고 대북 압박에 나서겠다는 것이라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분노한 미국 정치권은 중국 제재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중국 기업 제재 방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중대 조치’엔 공개되지 않는 은밀한 조치가 포함될 전망이다. 김정은 정권 흔들기다. 대북제재강화법은 미국 행정부가 북한 내부로 정보를 들이도록 하는 합법적 근거를 마련해 놨다. 오바마 행정부와 차기 행정부는 이 법을 토대로 북한의 통제 장벽을 뚫는데 돈과 인력을 풀 수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부여받은 대북 제재 권한을 최대치로 가동하라”고 요구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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